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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발목을 잡는 '포심 패스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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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UT 2021. 7. 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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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의 팬은 아니지만, 오늘 시애틀과의 경기는 꽤 충격적이었다. 팀 wRC+ 90으로 메이저 전체 21위이고 타율은 리그에서 제일 낮은데다(.218), 올해 완전히 배팅볼 투수로 전락한 프리랜드도 6이닝 1실점으로 막았던 팀이 시애틀 아닌가? 하지만 류현진은 1회부터 안타 4개를 얻어 맞더니, 2회와 3회에 연속해서 홈런을 맞으며 5실점이라는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시즌 스탯을 들여다보면, 류현진의 이번 시즌 퍼포먼스는 우려되는 수준이다.

 

 

 왼쪽 그래프는 류현진의 시즌별 Barrel% 추이이고, 오른쪽 그래프는 Hard Hit% 추이이다. 두 카테고리 모두 지난 시즌보다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Barrel%는 1년 만에 5%가 증가했고(2020: 3.2%, 2021: 8.2%), Hard Hit%는 10% 가까이 증가했다(2020: 29.2%, 2021: 38.7%). 지난 시즌까지의 류현진은 강한 타구를 억제하고, 타자들에게 Weak Contact를 유도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늘 열린 시애틀과의 경기는 이 자료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시애틀 타자들이 류현진을 상대로 13개의 Hard Hit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모든 구종이 지난 시즌보다 위력이 떨어졌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포심 패스트볼이다. 이번 시즌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은 피안타율 .253, 피장타율 .570으로 완벽히 공략당하고 있고, Hard Hit% 58.3%는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00개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투수 중 3번째로 높은 스탯이다. 평균 타구 속도도 93.1마일에 달한다. 

 

 포심 패스트볼 Hard Hit% 순위 (300개 이상 투구)

 

1. 에밀리오 파간(샌디에이고) - 60.4%

2. 케이시 마이즈(디트로이트) - 59.2%

3. 류현진(토론토) - 58.3%

4.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 57.1%

5. 셰인 맥클래너헌(템파베이) - 57.1%

 

 류현진의 구속은 2019시즌 90.7마일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지난 시즌에는 89.8마일, 이번 시즌에는 89.5마일에 그치고 있다. 리그에서 하위 4%에 해당하는 구속까지 내려왔으며, 회전수나 무브먼트도 뛰어나지 않은 공이기 때문에 패스트볼의 구위만 놓고 보면 경쟁력이 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사이영 3위까지 올라갔던 지난 시즌에도 다른 주요 구종들인 커터나 체인지업과 달리, 패스트볼은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피안타율: .340, 피장타율: .560)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Hard Hit%는 36.8%로 평균 정도의 수치를 기록했었기 때문에, 구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원인은 커맨드에 있다. 왼쪽 사진은 2020시즌 패스트볼의 제구 분포도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번 시즌 제구 분포도이다. 대충 봐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시즌에는 포심 패스트볼이 존 상단의 보더라인에 제구가 정확하게 된 반면, 이번 시즌의 패스트볼은 보더라인 피치가 많지 않고 한 가운데로 몰리는 성향을 띄고 있다.

 

 

 왼쪽 사진은 2020시즌 류현진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타자들이 때려낸 타구의 Spray Chart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번 시즌 Spray Chart이다. 지난 시즌보다 평균적으로 타구 거리도 증가하고, 외야로 공이 날아가는 비율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포심 패스트볼의 플라이볼 비율은 2020시즌 23.7%에서, 이번 시즌 36.7%로 크게 증가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위를 생각하면, 더 많은 플라이는 더 많은 장타를 의미할 수 밖에 없다. 

 

 패스트볼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패스트볼이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왼쪽 사진은 2020시즌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헛스윙한 비율(Whiff%)를 존 별로 표시한 것이고, 오른쪽은 이번 시즌의 차트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존의 우측 하단 부분인데, 바로 류현진이 체인지업의 제구점으로 잡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많은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패스트볼이 제대로 제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피칭 레퍼토리는 존 좌측 상단 보더라인으로 높게 들어가는 포심 패스트볼과 존 우측 하단 보더라인으로 낮게 제구되는 체인지업, 그리고 존 좌측 보더라인에 붙는 커터로 이루어진다. 안 그래도 릴리즈 포인트가 비슷해서 구분이 잘 안가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완전히 정반대로 제구되니 타자들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탄착군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면서 타자들은 더 이상 체인지업에 속지 않고 컨택을 가져가고 있다. 체인지업의 Whiff%가 지난 시즌 30.6%에서 이번 시즌 19.7%로 급감한 이유이다.

 

 즉, 류현진의 이번 시즌 반등은 포심 패스트볼을 예년처럼 보더라인에 정확하게 제구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는 좋지 않다. 6월의 류현진은 31.1이닝을 던지며 볼넷 11개를 내주고 있으며, 삼진은 14개에 그치고 있다. 타자들이 더 이상 류현진의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는데, 과연 류현진은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인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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