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라는 장기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낸 김하성이지만, 현재 기록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25경기, 59타석이라는 스몰 샘플에서 나온 성적이고 불규칙적으로 출장하면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감안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슬래시 라인은 222/288/296, wRC+ 69에 그치고 있고, fWAR 0.0이라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건 확실히 저조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하성의 최대 약점은 빠른 공에 약하다는 점이다. 언론을 통해 많이 언급된 사실이긴 하지만, 이를 빼놓고서는 현재의 부진한 성적을 논할 수가 없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인 93마일(150km)을 기준으로 잡고, 93마일 이상 구간과 93마일 이하 구간의 타격 스탯을 비교해보면 다음 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실제 수치나, 스탯캐스트 기반으로 계산한 기대 성적이나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KBO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93마일 이하의 패스트볼에서는 탁월한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빠른 공에는 전혀 대처가 되지 않는다. 0.053이라는 타율은 패스트볼 상대 타석이 10타석 이상인 350명의 선수 가운데 339위에 해당하는 최하위권 성적이다.
스프레이 차트에서도 이런 면은 잘 드러난다. 위 사진은 김하성의 이번 시즌 스프레이 차트이다. KBO에서도 풀 히터로 분류되던 김하성이고, 이런 성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김하성의 Pull%는 45.9%로 메이저 리그 평균(36.6%)보다는 확실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빠른 공에 대처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위는 93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에 대한 스프레이 차트인데, 앞서 봤던 일반적인 상황보다 밀어치는 타구의 비중이 훨씬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된 타구 12개 중 당겨친 타구는 4개에 불과하고, 밀어친 타구의 개수는 6개로 증가했다. 풀 히터에게는 절대로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지금도 투수들은 김하성과 상대할 때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전체 투구수 중 패스트볼이 차지하는 비율은 62.3%에 달한다.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하면, 타격 성적은 나아질 수가 없다.
또한 존에 들어오는 공들을 제대로 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김하성은 존 정중앙에 들어온 공(Meatball)과 바깥쪽 중앙 지역에 들어온 공을 제외하면 존 안으로 들어오는 투구들에 대해 낮은 생산성을 보인다.
그렇다면 존에 들어오는 몰리는 공들은 반드시 타격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탯캐스트가 구분한 존의 지역에서 Heart 부분은 존의 중앙을 의미한다. 만약 이 지역에 공이 들어온다면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리그 선수들이 Heart 지역으로 들어오는 공에 평균적으로 73%의 스윙 비율을 가져가는데에 비해 김하성은 단 59%의 공에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또한 가장 공략하기 쉬운 미트볼에 대한 대처도 아쉬운 부분이다. 미트볼에 김하성이 스윙을 가져간 비율은 62.8%인데, 리그 평균이 75.8%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즉, 현재 김하성은 일정 구속 이상의 패스트볼에는 대처가 안되고, 코너로 제구된 공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하는데다, 그나마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중앙으로 몰리는 공에는 소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패스트볼에 대한 공략은 단기간에 쉽게 고쳐지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칠 수 있는 공에는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른다라는 마인드가 현재의 김하성에게는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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