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계약으로 입단해서 선발 로테이션으로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양현종은 그걸 해냈다는 점만으로 칭찬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다.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만 계속해서 기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현종의 최근 페이스는 그렇게 좋지 못하다. 2점대까지 내려갔었던 ERA는 5.53까지 내려갔고, 오늘 경기까지 포함해서 5월 ERA는 7.38에 달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fWAR는 이미 마이너스로 진입하였다. (-0.2)
데이터를 보면, 양현종의 가장 큰 문제는 패스트볼의 구위 부족과 결정구의 부재이다.
양현종의 패스트볼은 구위, 구속, 제구 모두 부족한 구종이다. 구속은 89.7마일로 메이저리그 하위 11%에 해당하는 저조한 수치이며, 무브먼트도 거의 없다.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수도 별로고, 회전 효율도 높지 않기 때문에 수직 무브먼트는 거의 평균적인 수치에 수렴한다. 타자들의 눈에 잘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수평 무브먼트인데 평균 무브먼트가 1.5인치에 불과하고, 이는 메이저리그 평균 대비 76%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리그 전체를 뒤져봐도 양현종보다 수평 무브먼트가 떨어지는 선수는 많지 않다. 아래 사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으로 갈수록 좋은 수평 무브먼트를 가졌다는 의미이다.)
보통 이런 류의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싱커나 커터 같은 변형 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여 부족한 무브먼트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메츠의 마커스 스토로먼이나, 신시네티의 소니 그레이가 그런 투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이 안되는 문제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코너워크에 집중하여 타자들이 공을 맞히기 어렵게 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조차도 잘 되고 있지 않는 추세이다.
위 사진은 양현종의 5월 포심 패스트볼 피치 차트이다. 양현종이 패스트볼의 타겟으로 삼는 곳은 홈플레이트 기준 좌하단으로 보이지만, 볼로 제구되는 결과가 많고, 이는 포심 패스트볼의 저조한 스트라이크 비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60%) 또한 타자가 공략하기 쉬운 존 중앙으로 가는 패스트볼도 많이 보인다. 구위가 떨어지는 양현종이 이런 공을 던진다면 장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그대로 결과값으로 나타나는데, 양현종의 5월달 포심 패스트볼 성적은 피안타율 .250, 피장타율 .500, 피woba .413, 타구 속도 94.4마일으로 완전히 공략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투구수의 절반 가까이를 포심 패스트볼로 던지는 선수인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치이다.
결정구의 부재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양현종의 KBO에 있었을 때의 결정구는 슬라이더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지고 있다. 그 이유는 슬라이더가 전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의 5월 슬라이더 피치 차트인데, 슬라이더가 엉뚱하게 존을 벗어나 위로 향하는 경우도 많고, 존과 너무 크게 떨어져 타자들의 스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존 아래로 향한 슬라이더 19개 중에 타자가 헛스윙 한 경우는 2번에 불과하고, 스윙을 이끌어낸 상황도 5번에 불과하다. 그리고 잘 제구된 슬라이더도 난타당하고 있는데, 무려 피장타율이 .706에 달하고, 피홈런 5개 중 3개가 슬라이더에서 나온 상황이다.
슬라이더에 비하면, 체인지업의 상황은 괜찮은 편이다. 피안타율 .185, Whiff% 32.7%로 타자들이 쉽게 공략을 못하고 있고, Hard Hit%도 30%대로 40퍼센트 중반의 나머지 두 구종에 비하면 장타 억제력도 훌륭하다. 하지만 지난 경기 제럴드 월시에게 홈런을 허용한 구종도 체인지업이고, 오늘 시애틀 전에서도 100마일 이상의 Hard Hit가 두 개가 나오는 등 점점 공략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양현종의 스탯캐스트 기록이다. 나름 준수하게 유지했었던 Exit Velocity도 이미 평균 수준으로 내려갔고, 5.39의 xERA, Barrel%(13.5%), K%(16.5%)는 이미 최하위권이다. 반등이 절실히 필요한 양현종이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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