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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마일 패스트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는 방법

MLB

by IN-N-OUT 2021. 7. 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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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에서 타일러 로저스보다 느린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 이번 시즌 로저스의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82.3마일인데,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540명의 투수 중 540위에 랭크되어 있다. KBO 리그로 기준을 넓혀봐도 키움의 김동혁(131.4km), 두산의 유희관(128.3km) 두 명만이 로저스의 구속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로저스는 이런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해오고 있다. ERA는 1.35에 불과하고, 삼진율은 낮지만 38이닝 동안 볼넷 6개만 내주는 뛰어난 커맨드로 이를 상쇄 중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타구 억제 능력인데, 올해 단 하나의 배럴 타구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평균 타구 속도는 84.4마일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의 평균 타구 속도가 88.3마일인 것을 감안한다면 로저스의 위대함이 더욱 드러난다. 타구의 Weak%도 8%에 달하는데, 메이저리그 평균 Weak%(3.6%)의 두 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로저스의 가장 큰 무기는 '생소함'이다.

 

 

 위 사진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직(Vertical)/수평(Horizontal) 릴리즈 포인트를 나타낸 표이다. 대부분의 투수가 수직 릴리즈 포인트를 5.5-6.5피트(167~198cm) 사이의 위치에 형성시키는 반면에, 언더핸드 투수인 로저스의 수직 릴리즈 포인트는 1.2피트(36cm)에 불과하다. 로저스 다음으로 수직 릴리즈 포인트가 낮은 애덤 침버의 수치가 2.4피트(72cm)인데, 이 수치도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결과적으로는 로저스보다 두 배나 높은 위치에서 던지게 되는 것이다.

 

 수평 릴리즈 포인트도 -3.3피트(100cm)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데,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에서 가장 우측으로 쏠린 릴리즈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즉, 로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고, 가장 우측으로 몰린 릴리즈 포인트에서 공을 던지고 있고 타자들 입장에서는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피칭 디자인도 기존의 투수들과 다르다. 많은 투수들이 하이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의 조합을 사용하는 반면 로저스는 로우 패스트볼 + 상승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한 슬라이더를 사용함으로써 구종 간의 높낮이를 다르게 가져간다. 이번 시즌의 투구 분포도를 보면 확실히 그런 면이 드러난다. 포심 패스트볼은 투수 기준으로 존 우측 하단에 집중시키고, 슬라이더는 정반대의 방향인 존 좌측 상단에 제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스타커스를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인데, 72마일의 느린 공이지만 독특한 무브먼트로 인해 타격 타이밍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푸엔테스에게 존 우측 하단으로 절묘하게 제구되는 패스트볼을 던져, 80.8마일 타구속도의 Weak Contact을 유도하여 아웃카운트를 잡는 장면이다. 이번 시즌 로저스의 GB%는 무려 65.6%에 달한다.

 

 로저스는 낯선 투구폼 + 정교한 커맨드 + 독특한 변화구 무브먼트에 기반한 피칭 디자인이라는 성공 공식을 확립했고, 이는 이번 시즌의 놀라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가 없어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로저스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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