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린도어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는 여전히 리그 최고지만, 220/318/356의 슬래시라인, wRC+ 93이라는 타격 성적은 10년 341m의 거대한 연장계약을 체결한 선수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아니다. 메츠 팬들에게나, 언론에게나 상당히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린도어의 트래킹 스탯을 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2018시즌과 이번 시즌을 비교해봤을 때, Barrel%는 3% 정도 감소했지만, Exit Velocity(2018: 90.6mph, 2021: 90.2mph)는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Hard Hit%(2018: 40.8%, 2021: 42%)나 BB%는 더 좋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OAA(Outs Above Average)나 Sprint Speed 같이 선수의 운동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수비/주루 지표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2018시즌의 기대타율(xBA), 기대장타율(xSLG)에 비해 2021년의 스탯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린도어의 Expected Stats
2018: xBA .286, xSLG .509, xWOBA .372
2021: xBA .244, xSLG .409, xWOBA .332
xBA의 하락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스탯을 좀 더 세부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xBA 수치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Hard Hit(타구 속도 95마일 이상의 타구)이다. Hard Hit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xBA는 .476에 달했지만, Non-Hard Hit 상황에서는 그 수치가 .215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아까 언급했던대로 린도어는 Hard Hit를 충분히 만들어 내고 있음에도 xBA상으로는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Hard Hit라 하더라도 타구의 종류에 따른 xBA의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Hard Hit 상황에서 평균 xBA는 .476이지만, 라인 드라이브 타구의 경우에는 xBA가 .671까지 올라가고 플라이볼 타구는 .461, 땅볼 타구는 .371로 뚝 떨어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xBA를 높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라이너/플라이볼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시즌 린도어의 Hard Hit에는 어느 정도 허상이 끼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7월 9일자 기준으로, 린도어는 102개의 Hard Hit를 생산했는데, 타구의 종류로 분류하면 땅볼 47개(46.1%), 플라이볼 24개(23.5%), 라인드라이브 31개(30.4%)를 때려냈다. 리그 전체의 Hard Hit 타구 분포는 땅볼이 37.8%, 플라이볼 28.9%, 라인드라이브 32.7%이다. 즉, 린도어는 Hard Hit 상황에서 리그 평균보다 땅볼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으며, 플라이볼/라인드라이브는 적게 생산해내고 있다. 생산성이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2018시즌의 Hard Hit 스탯과 비교해보자. 2018시즌의 린도어가 퀄리티가 더 높은 Hard Hit를 생산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 xBA .529, GB: 32.3% (xBA .386), LD 38.5% (xBA .667), FB 28.8% (xBA .512)
2021: xBA .489, GB: 46.1% (xBA .366), LD 30.4% (xBA .690), FB 23.5% (xBA .475)
컨택 능력의 감소도 주목해볼만 하다. 컨택 능력만큼은 리그 최정상급이었던 린도어이지만, 지난 시즌부터는 Whiff%(헛스윙 비율)도 20% 이상으로 뛰어올랐고, 커리어 평균 Weak Contact%가 3.1%인 선수가 이번 시즌에는 무려 6.6%라는 스탯을 기록하고 있다. Zone Contact%도 크게 감소했다.
왼쪽 사진은 존에 들어온 공에 대한 Whiff%, 오른쪽 사진은 존을 살짝 벗어난 구역(Chase)에 들어온 공에 대한 Whiff%인데, 두 스탯 모두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을 실력적인 요소에서 먼저 찾아봤고, 이번에는 운적인 요소를 들여다 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Hard Hit 상황에서의 타구 퀄리티가 감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린도어의 xBA .489는 리그 평균보다는 살짝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타율은 .410에 불과하다. 무려 7푼 9리가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Hard Hit 30개 이상을 때려낸 317명의 선수 중 린도어는 기대 타율에서 실제 타율을 감한 값(xBA - BA)이 37번째로 높다. 이 말인 즉슨, 린도어에게는 분명히 불운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범위를 95마일 이상의 Hard Hit에서 100마일 이상의 Hard Hit로 좁혀보자. 린도어는 100마일 이상의 타구를 63개 때려냈고, 이는 리그에서 53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불운은 계속 되는데, xBA는 .579지만 실제 타율은 역시 .484에 불과하다.
왼쪽 사진은 시프트가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 린도어의 타구를 막는 수비수들의 평균적인 수비 위치이고 오른쪽 사진은 린도어가 때려낸 100마일 이상 타구들에 대한 Spray Chart이다. 땅볼 타구를 보면 수비수 사이의 공간으로 빠져나간 타구보다, 수비수의 정면으로 가는 타구들이 확실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저런 미세한 차이는 타자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운일 뿐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린도어는 겉으로는 괜찮은 트래킹 스탯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땅볼 비중이 높아지면서 타구의 퀄리티가 하락하였고, 컨택 수치도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거기에 불운까지 겹치면서 전반기의 처참한 성적이 나오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메츠 팬들에는 희망적인 것이, 린도어에게 운이 조금만 따라준다면 2018시즌 급은 아니더라도 2019시즌 정도의 타격 성적(wrc+ 115)을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3천만불 유격수 치곤 여전히 성에 안 차는 성적이긴 하지만.
왜 마이너리거들은 비참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가? (4) | 2021.08.08 |
---|---|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왜 치기 어려울까? (4) | 2021.07.19 |
82마일 패스트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는 방법 (6) | 2021.07.07 |
류현진의 발목을 잡는 '포심 패스트볼' (2) | 2021.07.02 |
케빈 가우스먼은 어떻게 사이영 컨텐더가 되었나? (5) | 2021.06.2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