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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디치를 파헤치다 (3) - 역대 최고(액) 불펜진

MLB/Colorado Rockies

by IN-N-OUT 2021. 2. 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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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디치.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 대학 하버드 출신이지만 입시비리가 심각하게 의심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팀의 현재, 미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남자. 브리디치가 6년 간 저질렀던 악행들을 되짚어보며 다시는 이러한 단장이 메이저리그에 나타나지 않기를 빌며 이 글을 작성한다. 하나의 글로는 내용이 부족하므로, 시리즈물로 작성해 볼 예정이다. 세번째 글은, 허공으로 날라간 106밀리언 달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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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글(spoflix.tistory.com/15)에도 잠시 언급했었는데, 브리디치의 2017 오프시즌 불펜 보강은 상당히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왔다. 토미존 수술을 마치고 첫 풀시즌을 치르는 그렉 홀란드는 클로저로 잘 써먹었었고, 시즌 중에 보강한 팻 네쉭도 셋업맨 역할을 믿음직하게 수행해줬었다. 거기에 기존에 있던 제이크 맥기, 크리스 러신도 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fWAR 6.5라는 훌륭한 성과를 냈었고, 이 수치는 2017 리그 전체 5위이자 로키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로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여기서 눈여겨봐야될 점은, 이 때 제 몫을 한 불펜들은 웨이버로 데려오거나(크리스 러신), 트레이드로 데려오거나(제이크 맥기, 팻 네쉭), 단기계약으로 주워오는(그렉 홀란드) 등의 방식을 거쳤었고, 오히려 브리디치가 야심차게 고액계약을 던졌던 마이크 던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016년의 헤라르도 파라, 2017년의 이안 데스먼드, 마이크 던 같은 고액 계약자들이 계속해서 실패했으면 그 원인을 찾고 고쳐나가도 모자랄 판에 브리디치는 판을 더 벌려버린다.

 

바로 야심차게 '불펜 3인방'을 영입한 것이다. 2017년에 fWAR 1.5를 찍으며 팀 내 불펜 WAR 1위를 기록한 제이크 맥기에 3년 27밀리언, 인디언스에서 솔리드한 시즌들을 보냈던 브라이언 쇼에게 3년 27밀리언, 그 때 당시에는 탑급 클로져였던 웨이드 데이비스에게는 3년 52밀리언이라는, 클로저에게는 초고액을 안겨주면서 도합 106밀리언이라는 돈을 3명의 불펜 투수에게 소모한다. 그리고 기존 계약까지 포함해서, 로키스는 2018 시즌에 불펜 투수에게만 45밀리언이라는 돈을 소비했다.

 

물론 이 때 불펜을 급하게 사들인 이유가 있었긴 하다. 그렉 홀란드는 분명히 좋은 시즌을 보냈으나, 후반기에 부진했고 팻 네쉭도 FA였기에 자리를 메꾸는 영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홀란드를 웨이드 데이비스로, 네쉭의 자리를 쇼로 메꾼 다음 맥기가 제 폼을 유지한다면 여전히 강력한 불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게 브리디치의 사고방식이다. 만약 저 세 명이 브리디치의 기대치대로 성적을 내주었다면 괜찮았던 무브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브리디치가 누군가. FA 영입 실패의 귀재 아닌가.

 

브라이언 쇼

 

2018: 54.2이닝 4승 6패 ERA 5.93 fWAR -0.3

2019: 72이닝 3승 2패 ERA 5.38 fWAR -0.2

2020: 방출

 

인디언스 시절에는 앤드류 밀러를 필두로 한 불펜진의 핵심 요원이였고 이적 직전 시즌인 2017년에 커리어 하이인 fWAR 1.5를 기록하며 로키스의 필승조 중 한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절대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무기로 사용하며 직전 시즌에는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던 커터가, 쿠어스필드에서 처음으로 던진 2018시즌에는 배팅볼로 전락하면서 HR/9도 두 배 이상 뛰어올랐고, 수준급의 제구도 무뎌졌으며, Barrel%에서는 하위 4%라는 나왔다하면 얻어터지는 투수가 되어버렸다. 2019 시즌에는 아주 약간 반등했으나 여전히 최하위권이였고,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로키스에서 방출,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하였으나 거기서도 얻어터졌으니 아마 리그에서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쿠어스 필드라는 환경과 인디언스 시절부터 쌓였던 마일리지가 합쳐서 산화해버린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이크 맥기

 

2018: 51이닝 2승 4패 ERA 6.49 fWAR -0.3

2019: 41이닝 0승 2패 ERA 4.35 fWAR -0.3

2020: 방출

 

맥기의 로키스 시절은 원 히트 원더라고 칭하는게 제일 적합할 것이다. 코리 디커슨과 트레이드 된 이후 부진했던 2016년을 거쳐, 2017년에는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고액 계약을 선물받았지만 계약 기간 중 단 한 번도 17년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7시즌에는 K/9 9.10 HR 0.63이라는 스탯을 찍었지만, 2018년에는 K/9 8.24 HR/9 1.75, 2019년에는 K/9 7.62 HR 2.40이라는 해마다 구위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포심 패스트볼 비중이 89.7%를 차지하는, 거의 원피치 피처라고 해도 무방한 맥기에게 이런 구위 하락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맥기도 2020 시즌 직전 방출이라는 아픔을 겪었는데, 쇼와는 다르게 LA 다저스로 이적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돈은 로키스가 내고, 열매는 다저스가 챙기는, 로키스 팬들에게는 가슴 아픈 상황을 겪게 만들어 주었다.

 

웨이드 데이비스

 

2018: 65이닝 43세이브 ERA 4.13 fWAR 0.8

2019: 42.2이닝 15세이브 ERA 8.65 fWAR -0.2

2020: 4.1이닝 2세이브 ERA 20.77 fWAR -0.4

 

불펜 3인방 중의 대장, 웨이드 데이비스다. 로열스의 불펜 3대장 시절, 컵스의 클로저 시절을 거치면서 리그 최고의 클로저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았고 그 평가와 맞는 계약을 로키스에게 제공받으며 클로저로 당당히 입성했다. 첫 시즌 성적은 연봉 값에는 못 미쳤으나, 세부 스탯은 긍정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에 저 3인방 중에서는 유일하게 팀에 해는 안 끼치는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19시즌부터 진정한 불쇼가 시작되었다. 전성기보다 3마일 가까이 하락한 포심의 구속, 그리고 BB/9 6.12라는 정신 나갈 것 같은 제구 난조를 보여주면서 평균자책점 8점대라는, 17밀리언을 먹는 클로저가 하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성적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4.1이닝 동안 10실점, 마지막 등판에서는 0.2이닝 4실점이라는 눈이 썩는 투구 내용을 보이며 방출되었다. 특히 로키스에서의 마지막 시즌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1.7마일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더 이상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106밀리언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금액을 지출하면서 영입한 저 3명이 기록한 WAR은 -0.9이다. 차라리 저 돈으로 기부라도 했으면, 팀 이미지도 쌓고 +0.9 WAR을 기록할 수라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 역사적인 실패고, 아직도 이딴 계약들을 한 브리디치의 목이 잘리지 않았다는게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불펜 3인방'이 처참한 실패를 기록했었음에도, 2018년 로키스의 불펜진은 놀랍게도 리그 중위권 정도의 경쟁력은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애덤 오타비노와 스캇 오버그의 각성과 트레이드로 데려온 오승환이 새로운 필승조를 구성했고, 어떻게 와일드 카드전은 이겨서 디비전 시리즈까지는 나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시즌부터다. fWAR 1.9를 찍은 오타비노가 FA 시장으로 나갔지만 로키스는 잡을 여력이 없다. 왜냐고? 그 동안 불펜에 아주 합리적으로 투자했으니깐. 불펜의 기둥인 오타비노가 빠져나가자 로키스의 불펜은 침몰한다. 2019년과 2020년 로키스의 불펜 WAR 리그 순위는 각각 29위와 27위였다. 오버그가 분전했으나, 남은 불펜 중에 유일한 투수였던 그는 외로운 싸움을 하다가 2019 시즌 중반 어깨 부상을 당해 2020년에는 공을 단 한번도 던지지 못했다.

 

2020년 로키스 불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위 사진의 대니얼 바드이다. 대니얼 바드의 복귀 스토리는 감동적이다. 한때 레드삭스에서 잘나가는 불펜 투수였던 그는 입스 때문에 야구를 은퇴하고 코치직을 수행하고 있었으나,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해 결국 로키스에 재입단하게 된다.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필자가 현재 로키스 불펜투수 중에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문제는 저 바드가, 2020년 로키스 불펜 중 제일 높은 WAR를 기록했으며 제일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란 것이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입스 때문에 풀타임으로 뛴 시즌이 2012년이 마지막이고 8년만에 빅리그에서 공을 처음 던져보는 선수가 나머지 로키스 불펜진보다 더 잘던졌다는 얘기이다. 이게 다른 메이저리그 팀에서 일어났어도 황당한 일인데, 이 팀은 누구보다 불펜에 신경을 많이 썼었고, 아낌없이 투자했다는 것이다.

 

결국 브리디치가 그렇게 추구했던 '벌떼야구'는 허공으로 날아간 어마어마한 돈과 함께 대니얼 바드의 클로저 등극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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