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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디치를 파헤치다 (2) - 이안 데스먼드 계약

MLB/Colorado Rockies

by IN-N-OUT 2021. 1.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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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디치.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 대학 하버드 출신이지만 입시비리가 심각하게 의심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팀의 현재, 미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남자. 브리디치가 6년 간 저질렀던 악행들을 되짚어보며 다시는 이러한 단장이 메이저리그에 나타나지 않기를 빌며 이 글을 작성한다. 하나의 글로는 내용이 부족하므로, 시리즈물로 작성해 볼 예정이다. 두번째 글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악의 선수 이언 데스먼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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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를 2016년 겨울로 돌려보자. 로키스는 75승 87패라는 로키스스러운 성적을 거두며 7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으나, 분명히 희망이 보이던 팀이였다. 타선에는 아레나도를 중심으로 충격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트레버 스토리, BABIP의 도움을 받긴 했으나 타격왕을 차지한 DJ 르메이휴, 포텐셜이 폭발한 찰리 블랙먼, 여전히 건재했던 카를로스 곤잘레즈가 있었고 투수진에는 첫 풀타임시즌을 보낸 존 그레이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선발진이 제 몫을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리그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던 팜 시스템의 유망주들이 올라올 채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키스 입장에서는 달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 진 것이다.

 

 그 해 오프시즌의 보강 목표는 리그 하위에 머물러있었던 불펜진과 토드 헬튼의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던 1루수 자리였다. 놀랍게도, 브리디치는 불펜 보강은 잘해냈었다. 고액을 주고 데려 온 마이크 던은 망했지만, 토미존 수술 이후 팀을 찾고 있던 그렉 홀란드를 단기 계약으로 데려와 팀의 클로저로 잘 써먹었고, 시즌 중에도 팻 네셱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는 등 불펜진을 리그에서 상위권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1루수도 이렇게 깔끔하게 보강했으면 브리디치가 먹었던 비난의 절반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로키스 팬들이 혐오하는 두 명의 인물이 한 사진 안에.

 2016년 오프시즌에 FA로 나왔던 1루수 명단을 보자. 수비에는 의문점이 있으나 타격 하나만은 확실한 에드윈 엔카나시온이나, 업사이드는 떨어져도 어느 정도의 화력은 제공해 줄 수 있었던 마이크 나폴리나 스티브 피어스가 있었다. 만약 이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트레이드로 보강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채우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브리디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기로 한다. 바로 빅 리그에서 단 0.1이닝도 1루수를 보지 않았던 이안 데스먼드를 장기계약으로 잡아 1루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고 당시에 생각했을 때도 이해가 안되는, 정말 브리디치만이 가능한 계약이였다. 데스먼드는 유격수와 외야 수비를 준수하게 소화할 수 있는 범용성, 빠른 발에서 나오는 주루 플레이가 장점인 선수지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타자는 절대 아니었다. 계약 당시의 7년간의 커리어 동안 wRC+ 120을 넘긴 시즌은 1시즌 밖에 없었고, 통산으로 따져도 wRC+ 101 밖에 되지 않는, 타격만 놓고보면 평범한 선수였다. 만약 유틸리티로 데스먼드를 영입하는 결정을 내렸었다면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결정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입 기자회견 당시 브리디치의 발언을 들어보시라.

 

“We signed Ian to be our first baseman,” Bridich said.

 

아레나도한테 했던 것처럼, 브리디치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탱크처럼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어서 그렇지. 퀄리파잉 오퍼가 걸려있었음에도, 브리디치는 보상픽과 함께 5년 70밀리언이라는 대형 계약을 데스먼드에게 안겨준다.

 

 

스포츠 세계에서 계약은 결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과정이 어떻더라도 눈에 보여지는 결과가 좋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한대로, 데스먼드는 절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저정도로 최악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계약을 체결한 후 데스먼드는 매년 마이너스 WAR을 기록하며 총합 WAR -1.7이라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줬다. 데스먼드의 계약 기간 중 리그에서 데스먼드보다 누적 WAR이 낮은 선수는 단 2명이다. 볼티모어의 크리스 데이비스, 그리고 앨버트 푸홀스.

 

공격력이 쿠어스에서 폭발하긴 커녕 wRC+ 90을 넘긴 시즌도 없었고 장점이던 주루도 로키스에서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렇다면 원래 좋은 평가를 받던 수비는 어땠을까. 첫 시즌에는 자신의 14분의 1 정도의 연봉을 받던 마크 레이널즈보다 타격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외야로 밀렸고, 두번째 시즌에서야 1루수로 풀타임 출장하지만 팬그래프 def -11.9, 스탯캐스트 OAA -2라는 수준 이하의 수비만 보여주며 세번째 시즌에는 외야로 쫓겨났다. 그리고 그 시즌에서 중견수로 출장해 OAA -8이라는 리그 최하위권 수비 스탯만 남겼다.

 

이러던 데스먼드가 2020년에는 로키스 이적 후 최고의 시즌을 맞이한다. 코로나 감염 위험과 그 당시 활발하던 인종차별 반대운동에 지지한다는 말을 남기고 옵트-아웃 해버린 것. 경기에 나오지 않아서 WAR은 기록되지 않았으나, 이 시즌이 음수 WAR을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시즌이고, 옵트-아웃하면서 연봉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로키스 입장에서는 돈도 아

끼고 팀에 해가 되는 선수를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데스먼드를 그리워하거나 그의 공백을 슬퍼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작년 연봉은 빠졌다지만, 여전히 데스먼드의 계약은 8m이 남아있고, 내년 15m의 클럽옵션은 실행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바이아웃 2m을 추가하면 10m의 금액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로키스이다. 아레나도의 트레이드로, 데스먼드는 팀 내 연봉 순위 3위로 올라갔으며 이는 팀의 에이스인 마르퀘즈나 존 그레이, 프리랜드 같은 핵심 로테이션 인원보다 높은 순위이다.

 

누가 봐도 이 계약은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한 계약이였고, 결국 예상치보다 더욱 참담한 실패로 돌아왔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브리디치는 팀내 최고 결정권자다. 왜 그는 구단주로부터 아무런 질책을 받지도 않고, 리그 최악의 단장임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이건 브리디치만의 문제가 아닌 팀 전체 조직의 문제이다. 혁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반복되는 실패에도 개선되지 않는 프런트. 프랜차이즈의 운명이 이리저리 흔들리는데도, 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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