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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디치를 파헤치다 (1) - 아레나도 트레이드

MLB/Colorado Rockies

by IN-N-OUT 2021. 1. 3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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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디치. 누구나 인정하는 명문 대학 하버드 출신이지만 입시비리가 심각하게 의심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팀의 현재, 미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남자. 브리디치가 6년 간 저질렀던 악행들을 되짚어보며 다시는 이러한 단장이 메이저리그에 나타나지 않기를 빌며 이 글을 작성한다. 하나의 글로는 내용이 부족하므로, 시리즈물로 작성해 볼 예정이다. 첫번째는, 충격과 공포의 놀란 아레나도 트레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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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글러브? 플래티넘 글러브? 아레나도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설명이 필요한가? 데뷔한 2013년부터 부진했던 단축시즌을 거친 작년까지 놀란 아레나도는 로키스의 심장이었고 팬 페이버릿이였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8시즌 동안 쌓은 WAR 총합만 32.3. 그 기간 동안 팀에서 압도적으로 1위이며 올타임으로 따져도 래리 워커, 토드 헬튼, 트로이 툴로위츠키 단 3명 뿐이다. 

 

데뷔해부터 내셔널리그 3루수 골드글러브에는 그의 이름밖에 안 새겨졌으며, 리그에서 2명만 받는 플래티넘 글러브도 작년까지 4년 연속 수상, 클래식 스탯 위주라 논란은 있지만 실버 슬러거도 4회 수상, 5번의 올스타, 3번의 홈런왕, 2번의 타점 리더..... 그만 하자. 이 글의 초점은 아레나도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이런 선수를 제 발로 걸어나가게 만든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레나도와 함께 로키스도 꽃길을 걸을 때가 있었다. 투수 때문에 고생하던 팀이 2017, 2018 시즌에는 튼튼한 불펜과 준수한 선발을 가진 투수의 팀으로 거듭나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본 것이다. 로키스 프랜차이즈 역사 중에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가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고 2018 시즌에 거둔 91승은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이니까 이때가 로키스의 최고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락토버는 제외하고.)

 

아레나도도 그 2년간 WAR 11.5를 찍으며 리그 정상급 3루수의 위용을 과시했고, MVP 투표에서도 5위권에 들정도로 로키스의 얼굴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난 의미 있는 기간을 보냈다. 이런 아레나도에게 브리디치는 2019년 2월, 8년 260밀리언 규모의 클럽 레코드 계약으로 화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토드 헬튼처럼 아레나도가 로키스에서 은퇴하지 않을까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헛웃음 나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2019 시즌은 프랜차이즈에 상처만 남긴 시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브리디치가 야심차게 계약한 불펜 3인방은 한 명도 빠짐없이 멸망했고, 직전해 사이영 4위까지 기록했던 프리랜드는 홈런 공장장이 되버렸으며, 스토리와 아레나도를 뺀 나머지 야수 48명의 도합 WAR이 -1.4라는 환상적인 수치까지 보여줬다. 그 전해 다저스와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서 서부지구의 패권을 다투는 걸 지켜보던 로키스 팬들은 그날 결과에 따라 픽 순위가 올라갔는지 체크해야 하는 씁쓸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즌에도 아레나도는 WAR 6.0을 기록하며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줬었다. 

 

아레나도는, 메이저리그 스타라면 당연하겠지만, 승리에 대한 욕구가 강한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고, 플레이오프 탈락팀들이 마이너 선수들을 실험해보는 9월에 가서는 "리빌딩하는 기분이다." 라는 표현까지 쓰며 자신의 불만을 드러냈다. 

 

생긴 건 멀쩡해보이지만 저 안에 든건 아무 것도 없다.

 보통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프런트라면 팀 내 최고 스타가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을 때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브리디치는 리그에서 제일 비정상적인 단장이기 때문에 전력 보강을 하려는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닌 것이, 2020 오프시즌에서 브리디치가 취한 무브는 마이애미에서 투수 타일러 킨리를 웨이버 클레임 한거 빼면 죄다 마이너 계약 뿐이다. 탱킹하는 팀도 트레이드를 하고, FA 영입을 한다. 전력 보강을 위한 무브는 아무리 해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로키스는 2019년에 157밀리언을 쓰던 팀이다. 리그에서 돈은 11번째로 많이 쓰면서 플레이오프는 커녕 지구 최하위에 위치한데다, 아무런 무브도 없다? 정말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대신에 브리디치가 추진했던 건 아레나도를 다른 팀에 팔아넘기는 트레이드였다. 지난 시즌에도 카디널스와의 트레이드 논의는 진행됐었었고, 3루수 보강이 필요하던 다른 팀들과도 링크가 났었다. 아레나도는 격한 반응을 보였고, 브리디치를 "배려가 없고, 아무도 모르는 일을 진행시킨다"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단장이 선수한테 저정도로 공개적으로 욕을 먹는다? 미국 스포츠를 많이 봐왔지만 최근 휴스턴 텍산스의 드션 왓슨 정도 빼면 사례도 잘 생각이 안 난다. 그 드션 왓슨도 인터뷰에서 직접 발언은 안했으니 브리디치가 더 대단한거 같기도 하다.

 

 필자는 이때가 아레나도와 로키스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시점이라고 본다. 리그 최고의 3루수지만 7년 동안 플레이오프 전적이라고는 1승 4패가 전부인 승리하고 싶은 선수, 거의 모든 무브를 실패해버리니 차라리 가만히 있겠다라는 단장. 팀이 잘 굴러갈 수가 없는 환경이다. 2020 시즌 초반에는 좋은 스타트로 '혹시?' 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로키스는 제자리를 잘 찾아가는 팀이다. 내셔널리그 뒤에서 3위, 얼마나 익숙한 자리인가.

 

 2020 시즌 아레나도는 부진했다. 어꺠 부상을 시즌 내내 안고 뛰었고, wRC+는 커리어 로우인 76, 홈런은 두 자릿수도 못 넘겼으며 스탯캐스트 수치도 전년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렇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로키스의 핫코너는 아레나도가 계속해서 지켰고, 커리어 로우 아레나도도 대체할 선수가 없는게 로키스 로스터와 팜의 현실이다.

 

한 번도 안 입어본 유니폼인데도 잘 어울린다. 역시 패완얼인가.

 켄 로젠탈이 카디널스와 트레이드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보도했을 때, '또 시작이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니 그냥 허탈한 기분만 들었다. 하지만 트레이드 내용을 보고 나서는 순수한 분노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면 브리디치는 지금쯤 제프 베조스급 거부가 되어 있을거다.

 

카디널스 get: 놀란 아레나도 + 50m

로키스 get: 오스틴 곰버, 존 토레스, 루벤 베이커 + @

 

물론 딜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가가 달라질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되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저 선수들 기준으로 논의해보겠다.

 

 역시 눈에 띄는 건 현금 보조이다. 50밀리언의 현금이다. 참고로 말린스가 스탠턴을 양키스에 트레이드하면서 보조한 돈이 30밀리언이다. 계약 규모는 아레나도가 더 적지만 보조금액은 20밀리언이 많다. 옵트-아웃하냐 안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하지 않는다면 아레나도의 계약은 6년 150밀리언이 된다. 나이가 2살 많고 아레나도보다 통산 WAR이 6이 적은 조지 스프링어의 계약 규모와 정확히 일치한다. 재정이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카디널스지만 저정도 계약이면 이득을 확실히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로 카디널스의 재정적 편의를 봐줬으면 유망주는 잘 받아왔어야 된다. 하지만 받아온 대가는 유망주라고 부르기도 어렵고, 메이저에서 보여준 것도 없는 28살 투수 오스틴 곰버에 중위권인 카디널스 팜에서도 탑 텐안에 못 드는 야수 2명에 로우 레벨 유망주 패키지이다. 게다가 존 토레스는 외야수이고, 루벤 베이커는 1루수인데 로키스의 암담한 팜에서도 그나마 뎁스가 있는 포지션이 외야수랑 1루수란 걸 생각해보면 사무실에서 마약이라도 하면서 협상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금은 현금대로 퍼주고, 유망주는 포지션 겹치는 로우 실링 유망주만 받아왔다. 어떻게 한 업종의 최고 엘리트라는 단장이 이런 끔찍한 선택만을 계속하는지, 이런 짓거리들을 계속해서 묵인하고 팬들이 그렇게 경질하라고 애원하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구단주 몽포트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 프런트가 오히려 의문점만 계속 만들어내고 팀을 망가트려 놓는 광경을 보는 것은 팬 입장에서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브리디치가 아레나도 트레이드로 비워진 페이롤으로 스토리를 연장계약하는 데에 관심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스토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성적은 리그 최하위에 팜도 리그 최하위인 현재의 로키스에 자신의 미래를 맡길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이 무능하고 멍청한 프런트와 일하고 싶을까? 답은 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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