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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야구 실험'은 성공했을까?(2)

MLB

by IN-N-OUT 2021. 11. 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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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s://spoflix.tistory.com/119

 

피치 클락

 

 임팩트를 측정하기 쉬운 규칙 변화가 나왔다. 이번 시즌 전까지, 피치 타이머는 5개의 리그에서 임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시도되었다. 

  • AFL: Since 2014
  • Double-A: Since 2015
  • Triple-A: Since 2015
  • Florida State League: 2016-19
  • MLB spring training: 2019

 대부분의 경우, 경기 시간 단축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였다. BA의 JJ 쿠퍼가 지난 달에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극단적으로 증가하던 경기 시간의 흐름은 어느 정도 정체되었지만, 평균적인 정규이닝 경기 시간은 거의 모든 리그, 모든 레벨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트리플 A와 더블 A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피치 타이머 1세대는 한 시즌 동안 시간을 단축하는데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성공은 2년 정도만에 사라지고 말았죠. 선수들, 코치들은 규제 속에서도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원래 하던 대로 했던거죠." 스워드의 말이다. 

 

 관성과 엔트로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렵다. 투구 사이의 텀이 길다면 타자와 투수들의 퍼포먼스는 향상되기 때문에, 메이저리거들이 시간을 끄는 행위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팬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뿐이다. "경기 시간이 아니라, 페이스가 중요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박진감 있는 3시간 30분의 경기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이번 시즌 MLB의 평균 9이닝 경기 시간인 3시간 10분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이고, 2021시즌 트리플 A를 비롯한 다른 리그들의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을 넘긴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심지어 이러한 기록은 20초 피치클락(베이스가 비었을 때는 15초로 줄어들었다)을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테스트했으며, 이닝 교체 시간을 줄이고, 규칙 강화를 통해 타자가 배터 박스에서 나오는 것을 막고, 마운드 방문, three-batter minimum 규칙 같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용했음에도 나온 결과이다. 

 

 몇몇 관찰자들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사용된 특단의 조치를 환영했다: 예전 High-A 캘리포니아 리그의 팀들로 구성된 로우 A 웨스트에서 15초 피치클락(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는 17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6월 8일 피치 클락이 작동하기 시작한 이후 경기 시간은 178.2분에서 158.4분으로, 거의 20분 정도 단축되었다.

 

 

 투구 사이의 텀을 2초 정도 단축함으로써 이루어진, 경기 시간의 이러한 극적인 단축은 경기 당 득점의 증가라는 현상도 불러왔다. 투수들의 회복 시간이 줄었지만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타고투저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은 따뜻한 날씨의 영향이 더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 시즌 캘리포니아 리그에서 OPS가 .036 정도 올라갔던 반면에, 이번 시즌 로우 A 웨스트에서는 OPS가 .061이나 증가했다.

Offense Through/After June 8, 2019 CAL and 2021 LAW

Before/After Year AVG OBP SLG OPS K% BB%
Before 2019 .244 .326 .386 .712 25.5 9.9
Before 2021 .237 .333 .373 .706 28.7 10.8
After 2019 .262 .336 .412 .748 24.0 8.9
After 2021 .262 .345 .422 .767 25.3 9.7

 

 그래서, 빨라진 페이스는 유지될 수 있을까? 현재 MLB의 초점은 사업적 측면에 맞춰져 있다. 피치 클락의 시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스워드의 말을 빌리자면, 리그는 "이전 버전에 존재했던 허점들을 완전히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더블 A와 트리플 A에서 뛰는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발을 뗌으로써 별다른 페널티 없이 클락을 초기화시킬 수 있지만, 로우 A 웨스트 투수들은 단 두 번만 그렇게 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보크가 선언된다. 리그는 AFL에 이러한 강화된 규칙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저는 새로운 피치 클락이 지속성이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스워드의 말이다.  

 

 MLB 선수들은 과거에 피치 클락에 대해 반대 의사를 보였지만 로우 A의 빠른 페이스는 비관론자들을 조용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직 메이저리거이자 최근 MLB 이사회에 합류한 라울 이바네즈는 2021시즌의 '야구 실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으로 새로운 피치 클락을 꼽았다. "저는 페이스, 플레이의 퀄리티, 개선된 흐름, 인플레이 빈도의 증가 같은 결과에 완전히 충격 받았어요. 이제는 경기를 집중해서 봐야합니다. 빠른 템포와 리듬을 가진, 제대로 된 야구 경기 같았죠. 제가 성장하면서 봤던 80년대 경기들처럼요." 이바네즈의 말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로우 A 팀인 산호세 자이언츠의 캐스터 조 리초는 새로운 피치 클락이 시즌 말미에는 느슨하게 적용되었음을 지적하면서도, 그 전까지는 완벽한 성공이었다고 말한다. "저희 팀 감독(67살의 전직 메이저리거 렌 사카타)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완전히 태도를 바꿨죠. 엄청난 올드 스쿨인데도 말이죠. 시즌 중간에는 3시간을 넘기지 않는 9이닝 경기들을 두 달 동안 치뤘던 적도 있었죠. 매일 2시간 30분 ~ 45분 사이의 경기가 나오는거죠."

 

 모든 베테랑이나 전직 선수들이 타이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AFL이 7년 전 방아쇠를 당긴 이후 피치 클락은 야구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뛴 1508명의 선수들 중 하위 리그나 자국 리그에서 피치 클락을 접해보지 못했던 선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카일 코디, 크리스 부비치, 개럿 크로쳇, 루이스 가르시아, 오타니 쇼헤이, 앤드류 본, 그리고 김하성. 2019 MLB 스프링 캠프를 제외하면 그 숫자는 37로 늘어난다. 만약 투수로 5경기 이상, 타자로 15타석 이상 뛰어보지 못한 선수도 제외한다면 그 수는 184명으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전체의 12.2%에 불과하다. 리그에서 오랫 동안 뛰었고, 영향력이 있는 선수들도 '대다수의 선수들'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포함이 된다. 피치 클락이 비정상적이고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여질 날들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리그는 피치클락을 노조 협약을 통해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들을 설득하는 방향을 택할 수도 있다.  

 

주루

 

 단타가 줄어들고, 홈런이 흔한 플레이가 되어버린 현재의 트렌드, 그리고 지루할 정도로 안정적인 베이스러닝을 장려하는 분석 위주의 전략으로 인해 도루의 비율은 하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치뤄진 세 개의 마이너 리그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숨겨진 비결이 존재했다.  

 

 2019 시즌과 2021 시즌의 9이닝 당 도루 시도, 도루 성공 횟수를 비교해봤을 때, 더블 A와 메이저리그는 비슷하거나 살짝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트리플 A(안전 상의 이유로, 큰 베이스가 사용되었다)에서는 살짝 증가하였고, 하이 A(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투구판에서 발을 떼야 하는 step-off rule이 사용되었다)에서는 대폭 상승하였으며, 로우 A(타석 당 견제 횟수가 2번으로 제한되었다)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성공률은 모든 리그에서 증가하였지만, 로우 A의 증가폭을 따라가는 리그는 없었다. 

 트리플 A에서의 도루 시도, 성공 횟수의 증가는 베이스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이즈가 큰 베이스들은 반시즌 동안만 사용되었고, 9이닝 당 도루 성공 횟수(.76 vs .75), 도루 성공률(76.2% vs 75.3%), 도루 시도 횟수(.99 vs .99)에서 반시즌 간의 뚜렷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위의 사진은 하이 A의 step-off 룰의 효과를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그 규칙은 7월 13일부터 없어졌기 때문이다. (스워드의 말에 따르면,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였다고 한다.) 이전의 견제 모션이 다시 돌아오자, 9이닝 당 도루 시도횟수는 1.69에서 1.26으로 낮아졌고, 도루 성공률은 1.30에서 0.93, 성공률은 77.2%에서 73.9%로 급감했다. 

 

 "룰 개정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저희의 목표는 도루 시도 횟수와 성공률의 유의미한 증가였죠. 하지만 너무 변화폭이 컸다는 게 문제죠. '변화폭이 크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저희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step-off 룰과 견제 제한은 경기 당 1개 정도의 도루 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정도면 꽤나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 당 한 개의 도루 시도가 늘어나는 것이 뭐가 대수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규칙들은 주루를 다시금 중요하게 만들었고, 도루수의 지속적인 감소라는 트렌드를 역행하는 효과를 만들어냈죠."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러한 규칙들이 선수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주고 이에 따른 실수들을 야기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투수들이 pickoff 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죠." 리초의 말인데, 그는 시즌 초의 보크들을 언급했다. "주자들도 가끔씩 주루사를 기록했어요. 두 번의 견제 이후 '이제는 뛰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쉽게 잡히고 말았죠.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니 선수들은 적응했고, 경기는 완전히 바뀌게 된거죠."

 

 '견제구 실험'은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 "생각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오클랜드의 하이 A팀 랜싱 러그너츠의 캐스터를 맡고 있는 제시 골드버그-스트래슬러의 말이다. 선수와 스태프들은 어떤 것이 허용되고, 어떤 것이 허용되지 않는지 혼란스러워하였고, 그 결과로 인해 많은 보크, 퇴장들이 생겼다는 말을 골드버그-스트래슬러는 심판에게서 들었다. 심판은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지 팀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하였고, 다이어그램을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전반기 이후 룰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큰 안도감을 느꼈었죠." 골드버그-스트래슬러가 말한다. 

 

 이 규칙은 피치 클락과 함께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수들은 주자의 타이밍을 방해하기 위해 공을 오랫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경기를 지연시키기도 했는데, 대부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루의 빈도가 훨씬 높아졌음에도, 골드버그-스트래스는 "경기의 페이스가 느려졌기 때문에 선수들과 대다수의 관중들은 분노를 표출했다"라고 말한다. 또한 견제구 규칙은 리그로 승격되거나 강등된 선수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도루를 장려한다는 최우선적인 목표는 달성되었다. 만약 MLB가 로우 A와 하이 A만큼의 도루 비율 상승을 보일 수만 있다면, 도루 수가 감소했던 최근 20년간의 흐름을 완전히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시프트

 

 마운드 조정처럼, 더블 A의 시프트 금지는 '열린 결말'으로 끝났다. "더블 A에서는 시프트 금지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스워드의 말이다. 2019시즌과 비교했을 때, 더블 A의 BABIP는 6푼 정도 증가했다. 당연히 주목할만할 수치긴 하지만, 시프트 금지의 산물의 결과라고 하긴 어렵다. 가끔씩 BABIP는 별 다른 이유 없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MLB에서도 1993-94시즌과 2005-06시즌의 BABIP 격차가 6푼 정도였던 사례가 있었다. 

 

 시프트 금지와 BABIP의 상승을 엮는 두 가지의 요소들이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스워드는 시프트를 많이 상대하는 타자들이 BABIP 증가 효과를 누린다고 말하지만, 좌타자의 시프트 빈도가 높고, 더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우타자의 BABIP가 좌타자보다 높았다. 오히려 더블 A의 BABIP는 내야수들이 더 많은 제약을 받은 후반기 시기에 1푼 이상 더 낮았다. 

 

  시프트 금지는 시프트의 정교함이 높아지고, 사용 빈도도 증가하는 메이저에서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시프트 제한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저희가 이번 시즌에 이뤄낸 성과는 실전에서 효과가 있을 수도 있는 규칙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만약 저희가 원한다면 메이저 레벨에서도 사용해볼 수 있겠죠." 스워드의 말이다. 포지셔닝의 최적화가 최근 몇 년 동안 8푼이 감소한 MLB의 BABIP에 영향을 미쳤다는 여러 증거들이 있지만, 만약 외야 배치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면 내야 시프트를 금지하는 것이 해답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시프트를 금지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마운드를 조정하는 것보다 더 중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도 투구 거리는 증가한적이 있었지만, 수비수들의 위치에 관해서 규정했던 규칙은 없었다. 

 

 노스웨스트 아칸소 내츄럴스(로얄스의 더블 A 팀이다)의 캐스터를 맡고 있는 니콜라스 배더스는, 시프트 금지 규칙이 잘 만들어졌고,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괜찮아 보였어요. 특히 후반기에 말이죠. 어느 정도 지나니깐,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극단적인 시프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의 의식 밖으로 사라졌고, 그가 오프 시즌에 더 쇼를 하면서 시프트에 걸려 안타를 빼앗겼을 때 다시 레이더 안에 들어왔다. "그래, 이런 걸 막을려고 올해 시프트 금지를 했던거구만." 배더스는 이렇게 생각했다. 

 

 배더스와 대화를 나눴던 더블 A 센트럴 선수들은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저랑 얘기했던 내야수들은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심지어 후반기에도, 유격수와 2루수는 중앙으로 가는 타구들을 잡아내었다. 이들은 내야 반대편 방향으로 이동하며 베이스와 한 발짝 거리에 위치했고, 인플레이가 된 타구를 움직이면서 잡아냈다. 내츄럴스는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시프트를 가져갔다"고 배더스가 말했다.

 

 스워드가 말했던 흥미로운 규칙들,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규칙들, 없어져야 하는 규칙들이라는 분류를 기억하는가? 필자는 이번 여름에 이뤄진 실험들을 이렇게 분류하고 싶다: 

  • Inspired: 15초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견제 수 제한
  • Wired: ABS 시스템, 마운드 조정, 시프트 금지
  • Tired: Step-off rule

 CBA의 만료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야구의 미래는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고, 젊은 선수들이 손해를 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한 결과는 야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마르티네즈는 이바네즈와, 라자이 데이비스와 함께 "전직 선수들의 관점을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고, 테오 엡스타인, 스워드, 전직 말린스 사장 마이클 힐, 리드 맥페일은 분석을 담당할 것이다. 이 그룹은, 노조/이사회와 계속해서 협의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이에 대해 토론할 것이다. 결국, 그들은 어떤 규칙을 살릴지, 어떤 규칙을 버릴 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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