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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 다시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다

MLB

by IN-N-OUT 2021. 9. 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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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진작에 결정난 AL MVP 수상자와 달리, NL MVP의 행방은 아직 단언하기 어려운 단계이다. 타티스가 상당히 유력해보였으나, 최근 부진한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타티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브라이스 하퍼인데, 후반기 OPS 1.238이라는 미친 페이스와 필라델피아가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구 우승을 노릴 정도는 되기 때문에 최근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하퍼 커리어 최고의 시즌은 당연히 wRC+ 197, WAR 9.3을 찍으며 MVP를 수상한 2015시즌이겠지만, 이번 시즌도 '타격만 놓고 보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각종 스탯캐스트 지표들은 모두 이번 시즌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5 vs 2021

 

Barrel%: 13.2% vs 17.5%

Hard Hit%: 47.7% vs 49.6%

Exit Velocity: 91.4 vs 92.2

Sweet Spot%: 37.3% vs 38.6%

xWOBA: .417 vs .431

 

 하지만 지난 글에 다뤘던 조이 보토의 케이스 같은 확연한 변화가 이번 시즌 하퍼의 스탯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볼넷을 많이 얻는 대신, 삼진을 감수하는 접근법도 예년 시즌과 다를게 없고, 스윙 비율이나 타구 방향, GB/FB%도 크게 변화가 없다. 하지만 지난 시즌들과 특이한 추이를 보이는 스탯이 하나 있다. 바로 Zone%이다.

 

 이번 시즌 투수들은 하퍼를 상대로 전체 투구 중 45.2%를 존 안에 집어 넣고 있다. 물론 이 수치도 리그 평균인 48.5%보다는 낮지만, 40% 초반대에 머물던 다른 시즌들에 비하면 확연히 높아진 기록이다. 투수들이 하퍼에게 존 안으로 들어가는 공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퍼는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을 리그에서 가장 잘 공략하는 타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타격 성적은 부진해도,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은 놓치지 않았던 선수가 바로 하퍼다.

 

 '존 타격의 대가' 브라이스 하퍼

 

2017 - xWOBA .414 (16위) / wRC+ 155 (규정타석 미달)
2018 - xWOBA  .409 (20위) / wRC+ 135 (18위)
2019 - xWOBA .435 (13위) / wRC+ 124 (45위)
2020 - xWOBA .526 (1위) / wRC+ 150 (20위)
2021 - xWOBA .460 (2위) / wRC+ 173 (1위)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구종 그룹은 패스트볼이다. 이번 시즌 투수들이 던진 50.5%의 패스트볼은 존 안으로 향하고 있는데, 하퍼의 커리어에서 패스트볼의 Zone%가 절반을 넘긴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퍼의 뛰어난 포심 패스트볼 대처 능력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위 사진은 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의 투수들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분포도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깥쪽 상단 부분이다. 포심 패스트볼 4개 중 1개가 하퍼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존 밖의 바깥쪽 상단 구역으로 날아온다. 지난 시즌까지의 하퍼는 이러한 구종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간은 동일한, 하퍼의 구역별 K%이다. 하퍼는 그동안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에 무기력하게 배트를 휘둘렀었고, 이는 많은 삼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하퍼는 더 이상 저런 공에 속지 않는다. 좌측 사진은 2019시즌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한 하퍼의 구역별 Swing%이고, 오른쪽 사진은 이번 시즌의 것이다. (지난 시즌은 단축 시즌이였기에 2019시즌을 선정하였다.) 연두색 선으로 표시한 바깥쪽 상단 구역을 보시라. 2019시즌과 다르게, 확연히 낮아진 Swing%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 하퍼는 저 구역으로 들어온 96개의 포심 패스트볼 중 단 19개의 공에만 배트를 내밀었으며, 헛스윙은 11개에 불과했다.

 

 투수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패스트볼을 버릴 순 없지만, 하퍼는 더 이상 하이 패스트볼에 속지 않는다. 그럼 어디다 던져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투수들은 공을 존 안으로 집어넣기로 결정한다. 

 

 앞에 올렸던 직전 시즌들의 패스트볼 분포도와 이번 시즌의 패스트볼의 분포도를 비교해서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바깥쪽 상단으로 가는 볼의 비중은 20.7%로, 4%가 감소한 대신에 비슷한 위치지만 존 안으로 들어가는 공은 3%가 증가했다.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위치가 안쪽으로 조정된 것이다. 부수적인 효과로, 존 아래 바깥쪽으로 가는 공이나, 존 중앙으로 높게 가는 공의 비중도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하퍼한테는 감사한 일이었다. 글의 앞선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하퍼는 존에 들어오는 공을 잘 치고, 패스트볼 대처가 뛰어난 선수이다. 근데 존에 들어오는 패스트볼이 늘어난다? 성적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하퍼는 이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좌측 사진은 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의 포심 패스트볼 상대 wOBA이고, 우측 사진은 이번 시즌의 기록이다. 존 안으로 공이 많이 들어오다보니 전체적으로 패스트볼 상대 성적이 훨씬 좋아졌고, 바깥쪽 공은 더 이상 약점이라고 불릴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더 이상 볼에 속지 않으니 스트라이크 존 이외 구역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퍼가 Zone% 증가로 재미를 본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하퍼는 슬라이더를 상대로 타율 .313, 장타율 .638, xWOBA .464라는 완벽한 스탯을 보여주고 있다. 커리어 통산 슬라이더 상대 타율이 .231, 장타율 .441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예외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이것도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하퍼는 존 안에 들어오는 슬라이더 상대로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유인구로 사용되는 슬라이더에는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모습을 커리어 내내 보여주었다. 

 

In Zone Slider vs Out Zone Slider (2017-20)

 

In Zone: BA .281 / SLG .588 / wOBA .361 / Whiff% 24%

Out Zone: BA .122 / SLG .122 / wOBA .265 / Whiff% 66.7% 

 

 이번 시즌도 그런 경향은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존 밖으로 나가는 공에 헛스윙하는 비율이 64.2%나 되며, 그런 공을 받아쳐서 안타로 만든 경우는 단 5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건 존 안에 들어오는 슬라이더의 비율이다. 직전 시즌들과 비교해서 이상할 정도로 존 안에 들어오는 슬라이더의 비율이 높다. 투수들도 데이터는 숙지하고 마운드 위에 올라올테니, 의도된 전략으로는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아무튼 하퍼 입장에서는 운이 좋은 셈이고 그런 기회를 하퍼는 완벽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번 시즌 존 안에 들어온 슬라이더를 상대로 하퍼는 타율 .357, 장타율 .804, wOBA .476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슬라이더를 쳐서 받아넘긴 홈런 7개도 모두 존 안으로 들어온 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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