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보토는 33살의 나이로 맞이한 2017시즌에 자신의 커리어하이보다 단 한개 모자란 3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NL MVP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세 시즌 동안 보토가 기록한 홈런은 단 38개에 불과했다. 항상 아름다운 비율 스탯을 자랑하던 보토였지만, 장타율의 앞자리는 그 기간 동안 항상 4에 머물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모두 보토의 노쇠화를 언급했고, 이번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그러한 의견은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하지만 보토의 본격적인 부활은 시작되었다. 6월달부터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리더니, 7월 한달에만 무려 홈런 11개를 때려내며 319/440/734라는 아름다운 슬래시라인을 만들어냈고, NL 이 달의 선수도 수상한다. 후반기에도 그 기세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보토의 후반기 OPS는 1.047에 달한다. 홈런도 30개를 때려내며 NL 공동 5위에 올라있다. 이번 시즌 보토의 ISO는 .279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트래킹 스탯을 보면 보토의 부활이 더욱 실감날 것이다. 2015년 Barrel% 10.7%를 찍은 이후, 두 자리수를 넘어가본 적이 없었던 보토의 Barrel%는 이번 시즌에는 무려 17.9%라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에 보토보다 Barrel%가 높은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23.3%),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0%), 타일러 오닐(18.0%) 단 3명 뿐이다. 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보토는 10살 어린 선수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는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Hard Hit%도 52.5%를 기록하고 있으니, 타구 2개 중 한 개는 무조건 95마일을 넘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Sweet Spot%(Sweet 타자가 친 타구의 발사각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각도인 8~32도 사이에 해당하는 상황)는 리그 전체 1위이다.
보토의 부활은 어떤 계기로 이루어진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토는 더 많은 삼진을 감수하고 강한 타구를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보토의 이번 시즌 Zone Contact는 76.6%, Chase Contact%는 53.2%에 불과하다. 자신의 커리어 평균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당연하고, 리그 평균에 비교해서도 떨어지는 수치이다. (Zone Contact: 82%, Chase Contact%: 58.5%) 당연히 헛스윙하는 빈도도 늘어날 것이고, 삼진 갯수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좌측은 보토의 커리어 K% 추이이고, 우측은 커리어 Whiff%의 추이이다. 보토는 역대 최고의 선구안을 갖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강하게 공을 때려내면서도 삼진과 헛스윙을 최소화하는 접근법을 가져갈 수 있었고, 커리어 내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시즌의 수치는 유달리 튀는 모습이다. K%와 Whiff% 모두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며, 나머지 시즌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얻어낸 결과물은 달콤했다. 컨택을 포기한 대신 타구의 발사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그런 타구를 외야로 더 많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타격 성적도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좌측은 보토의 발사각(Launch Angle) 추이이고, 우측은 보토의 타구 속도 추이이다. 이번 시즌 보토의 발사각은 16도로, 최근 몇 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물론 '지난 시즌과 지지난 시즌에도 발사각이 15도였는데 큰 의미가 있나'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타구 속도의 변화 폭에서도 보이지만, 지난 시즌과 지지난 시즌, 이번 시즌의 타구의 질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타구 속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 발사각 높은 타구는 수비수들의 쉬운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빠르다면? 투수들은 보토의 타석마다 조심해서 공을 던져야 할 것이다.
삼진 수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볼넷 비율은 리그 최상급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토의 위대한 점이다. 물론 이번 시즌의 공격적인 접근법 때문에 볼넷 비율(13.1%)이 커리어 평균(15.9%)보다 감소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감소한 수치도 리그 전체 11위에 해당하니, 보토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만한 선택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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