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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박효준의 메이저리그 성적에 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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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UT 2021. 8. 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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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준은 필자가 이번 시즌 초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선수였다.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는 트리플A이긴 하나 확연한 타격 성적 향상을 보여줬고, 양키스에 자리가 없다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마이너 내야진 뎁스가 전멸한 로키스에 온다면 정규 로스터에 두고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테일러 모터가 로스터에 드는 팀 상황을 보면, 로키스에 오기만 했으면 아직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보여준 샘플이 너무 적어서, 100타석 이상은 지켜보고 포스팅을 할 생각이였다.

 

 그래서 오늘 박효준의 마이너리그 강등은 약간 놀라웠다. 계속해서 리빌딩 노선을 타고 있는 파이러츠기 때문에 잔여 시즌 동안 꾸준히 기회를 받지 않을까 싶었지만, OPS .567, wRC+ 52의 성적은 좋은 인상을 심어주긴 어려운 성적이긴 하다. 9월달에 기회를 받을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굳이 확장 로스터 시행 1주일 전에 강등시킨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이제 한달 남짓의 짧은 메이저리그 경험을 한 박효준의 스탯을 들여다보자. 수비면에서는 나름 합격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처리가 어려운 타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실책 같은 중대한 결함은 없었고, 2루/유격, 외야 전 포지션을 골고루 수행할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은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본다. OAA나 UZR 같은 수비 메트릭을 봐도 큰 문제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타격이다. 박효준이 마주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임 파워의 부족, 두 번째는 마이너리그에서 선보인 뛰어난 선구안이 메이저 레벨에서는 사라졌다는 점이다.

 

 파워에서의 약점은 Exit Velocity나 Hard Hit%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84.3마일의 Exit Velocity는 리그 평균(88.3)보다 4마일이나 낮은 수치이고, Hard Hit%도 25%로 역시 리그 평균(35.5%)과 큰 편차가 있다. 이런 파워의 문제가 더욱 크게 드러나는 시점은 Sweet Spot 상황이다.

 

 보통 우리는 방망이의 특정 부분으로 공을 맞췄을 때 '스위트 스팟에 맞았다'라고 하지만, 스탯캐스트에서는 그 정의가 다르다. 스탯캐스트에서의 Sweet Spot이란 타자가 친 타구의 발사각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각도인 8~32도 사이에 해당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타자가 때려낸 타구의 평균 xWOBA는 0.273이지만 Sweet Spot 상황에서는 평균 xWOBA가 0.652로 상승한다. 타격 생산성을 위해서는 강한 타구 속도를 기반으로, 더 많은 타구를 Sweet Spot 각도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박효준의 Sweet Spot 상황의 생산성은 상당히 실망적이다. Sweet Spot%는 리그 평균에 해당하지만(박효준: 31.8%, 리그 평균 32.8%) Sweet Spot 타구들의 속도는 평균 88.2마일에 불과하고, xWOBA도 0.552에 그치고 있다. 위의 그래프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Sweet Spot 상황에서 기록한 타구 속도와 xWOBA의 분포도인데, 박효준의 수치는 리그 하위권에 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구 속도와 xWOBA는 각각 하위 10%, 12%에 그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박효준의 타구 각도는 가지고 있는 파워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 시즌 박효준의 평균 타구 발사 각도는 17.4도에 달하고, 리그 평균(12도)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에 해당하며 FB%도 31.8%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파워가 부족한 박효준에게 발사각이 높다라는 사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느리게 날아오는 플라이볼은 외야수들의 쉬운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D%는 오히려 15.9%로 상당히 낮은 편인데 타격 생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발사각의 조정이 필요해보인다.

 

 두 번째 문제는 선구안이다. 박효준이 마이너리그에서 이번 시즌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하던 시즌에도 BB/K 수치는 항상 1에 근접했었고, 이번 시즌 트리플 A에서는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장타력까지 더해져 리그를 폭격하는 성적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박효준은 '눈야구'가 전혀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BB/K는 0.22까지 떨어졌는데, 필자가 예전 글을 통해 '공을 고를 생각이 없다'라고 비판했던 조쉬 푸엔테스의 BB/K가 0.19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K%는 27.3%에 달하며, BB%도 6.1%로 리그 평균 이하의 모습이다.

 

 의아한 점은 피츠버그에서의 박효준은 이상할 정도로 스윙을 자제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박효준의 Swing/Take Profile이다. 유인구가 주로 제구되는 Chase 지역에서 단 9%의 Swing%만 가져가며 무의미한 스윙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오히려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Heart 지역에서는 단 62%의 Swing%만을 기록했다. 8/1일 필리스 전에서 이언 케네디에 당했던 삼진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컨택해야 하는, 존 가운데로 오는 공이였지만 박효준은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 

 

 박효준의 Zone Swing%는 58.2%에 그쳤는데, 리그 평균인 66.7%와는 큰 괴리가 있었다. 박효준을 상대로 투수들은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피칭을 펼쳤고(Zone% 57.9%) 당연히 카운트 싸움에서 패배하는 그림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Zone Contact%가 80.2%로 준수한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존에 들어오는 공을 타격했다면 높은 삼진율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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