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미국에 불어닥친 코로나-19로 NFL도 유례없는 시즌을 보냈다. 화요일, 수요일에 경기를 하기도 했고 한 게임이 3번이나 연기되기도 했고 예정된 바이위크가 갑작스럽게 바뀌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요상한 경기를 뽑으라면 Week 12 덴버 브롱코스 vs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아닌가 싶다. 정식 로스터에 들어있지도 않은 와이드 리시버가 한 게임 동안 선발 쿼터백으로 스냅을 받는, 아마도 코로나 시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광경일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브롱코스의 No.3 쿼터백인 제프 드리스켈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주전 쿼터백인 드류 락, 백업 쿼터백 브렛 리피엔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격리 조치를 받았고 프락티스 스쿼드에 있던 블레이크 보틀스도 같이 격리되었기에 정규 로스터와 프락티스 스쿼드에 있는 4명의 쿼터백이 모두 결장하게 된 것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이들이 격리 판정을 받았던 것은 토요일, 경기 하루 전날이였기에 대체 쿼터백 영입은 커녕, 팀 내에서 임시 쿼터백을 구한다고 쳐도 연습도 없이 경기에 바로 출전해야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농담이지만, 브롱코스는 공식 트윗으로 같은 동네 농구팀에서 뛰는 요키치한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었었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했던 상황. 레이븐스는 비슷한 상황에서 경기가 3번이나 연기되며 승리를 챙겨갈 수 있었지만, 사무국은 브롱코스에게는 그런 특혜를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건 프락티스 스쿼드에서 뛰던, 언드래프티 루키 리시버 켄달 힌튼이였다.
이유가 있는 결정이였다. 힌튼은 대학 시절 쿼터백으로 4년간 뛰어본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Comp% 53%, TD/INT 8/7) 마지막 해에는 리시버로 전향했고 프로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가 브롱코스의 유일한 대안이었고, 힌튼의 백업 쿼터백으로는 러닝백 로이스 프리먼이 지명되었다.
경기 하루 전에 쿼터백으로 출장한다는 통보를 받은 힌튼의 상대는 그 당시 NFC 1번 시드였던 뉴올리언스 세인츠였다. 캠 조던을 필두로 한 디펜시브 라인, 마션 래티모어가 이끄는 세컨더리가 탄탄한 팀이고 어지간한 주전 쿼터백들도 힘들어할수 밖에 없는 팀을 연습 한 번도 없이 출전해서 상대한다? 이미 결과는 결정되었던 상태였던 것이다.
힌튼의 플레이를 하나하나씩 보도록 하자.
커리어 첫번째 패스. 리시버가 라우트 러닝으로 세퍼레이션을 만들어냈지만 이를 보지 못했고 압박이 들어오자 그대로 공을 내보낸다.
두번째 패스. 프레셔가 들어오기 전에 공을 빠르게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건지 무리한 스로우를 가져갔다. 리시버는 완벽하게 커버되던 상황이였고 너무나 쉽게 막힌다. 인터셉트가 안된게 다행이였을 정도로 좋지 못했던 플레이.
부트렉 과정까진 나쁘지는 않았으나 리시버의 위치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인터셉트 안된게 다행인 패스.
첫번째 인터셉션. 쿼터 막판이라 딥패스를 시도해봤지만 부족한 암 스트렝스로 인해 너무나 쉽게 공을 헌납한다.
첫번째 패스 성공. 비어있던 타이트엔드에게 적절하게 패스하여 퍼스트 다운을 따낸다.
두번째 인터셉션. 프레셔가 들어오자 무리하게 패스를 시도했고, 오버스로우가 되어 상대에게 공격권을 헌납한다.
리드 옵션 시도. 하지만 핸드오프가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하여 세인츠 수비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어 큰 소득 없이 끝났다.
포켓이 버텨주고 있는데도 성급하게 스크램블을 시도하다가 이를 놓치지 않던 캠 조던에게 쌕.
이 경기에서 힌튼은 9개 패스 중 1개 성공하여 13야드 전진, 터치다운 패스 없이 2개의 인터셉션만을 기록한다. 자동적으로 브롱코스는 러싱게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33번의 러싱을 시도했으나 수비진을 뚫기엔 역부족이였다. 결국 그날 득점은 인터셉션으로 상대방 진영에서 시작한 드라이브에서 뽑아낸 58야드 필드골 하나로 뽑아낸 3점이 전부였고, 수비진도 세인츠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하고 3-31로 대패하고 만다.
비록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긴 했지만, 2년 동안 한번도 공을 안 던지다가 24시간전에서야 자신이 출전한다고 알게 된 임시 쿼터백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힌튼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팬들은 그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줬다.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힌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너무나 뜻깊은 경험이였다고 말했다. 프락티스 스쿼드에서 시즌을 마감한 힌튼은 브롱코스와 재계약에 성공, 다음 시즌 정규 로스터에 진입하게 되었으며 NFL 명예의 전당은 그가 경기 중에 찬 손목 보호대를 전시하기로 하였다.
또한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걸 막기 위해 룰 개정도 이루어졌다. 소위 캔달 힌튼 룰은, 팀 내 쿼터백이 전부 경기에 못 뛸 시 다른 팀의 프락티스 스쿼드에 있는 쿼터백을 영입하여 그 주 경기에 선발로 내보낼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팀 내 쿼터백이 아웃되었다고 다른 포지션 선수가 쿼터백을 보는 일이 앞으로는 없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NFL 쿼터백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지를, 코로나-19가 확인시켜준 켄달 힌튼의 선발 데뷔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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