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로키스의 트레이드 데드라인: 로키스가 '로키스'했다

IN-N-OUT 2021. 8. 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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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로키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시기였다. 아레나도 트레이드로 리빌딩 버튼을 확실히 눌렀기 때문에, 팔 수 있는 자원은 확실히 팔고 유망주를 수급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팀에서 가치 있는 선수들은 웬만하면 매각하고, 후반기에는 탱킹팀 수준의 로스터로 진행을 하지 않을까라는 예측을 했었는데, 역시 로키스는 로키스였다. 로키스가 판 선수는 단 한 명, 마이칼 기븐스 밖에 없었고, 얘기가 많이 나오던 트레버 스토리, 존 그레이는 물론이고 CJ 크론, 대니얼 바드 같은 선수도 팔리지 않았다. 

 

 다른 팀들의 행보와는 너무나 비교된다. 셀러로 전환한 시카고 컵스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크리스 브라이언트, 앤써니 리조를 매각했고, 워싱턴 내셔널스는 슈어저나 터너 같은 팀의 핵심 선수도 과감히 팔고 유망주를 보강했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1년 반 남은 호세 베리오스로 오스틴 마틴 같은 최상위권 유망주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로키스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였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단 유일한 트레이드인 마이칼 기븐스의 트레이드부터 정리해보자.

 

 로키스 get: 노아 데이비스, 케이스 윌리엄스

 레즈 get: 마이칼 기븐스

 

 노아 데이비스는 전형적인 '노망주'의 길을 걷고 있는 투수 유망주이다. 97년생 대졸 픽이지만 하이 싱글 A 이상의 무대를 밟은 적도 없고, 최고 구속 95마일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의 구위 자체는 위협적이지만 제구력 난조를 보이고 있고(BB/9 4.85), 수술 경력도 있는 선수라 업사이드가 큰 선수는 아니다. 마이너리그 투수진 뎁스를 채우는 영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케이스 윌리엄스는 지난 시즌 로키스가 4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로, 제프 호프만 트레이드 때 신시내티로 갔지만 기븐스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현 임시 GM이자 전 스카우팅 디렉터인 빌 슈미트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영입으로 보인다. 6-3이라는 건장한 피지컬과 95마일 정도의 빠른 공을 가진, 빌 슈미트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타입의 투수 유망주이고,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제구력과 매커니즘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싱글 A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아직 19세밖에 되지 않을 만큼 지켜볼 가치는 있어보인다.

 

 이제 성사되지 않은 트레이드에 대해 얘기해보자. 리그의 모든 관계자들이 스토리와 그레이는 이번 오프시즌에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것이라고 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빌 슈미트는 이런 지배적인 예상을 거스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데드라인을 보냈다. 마치 전임 단장이 생각나는 무책임한 무브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의 경우 로키스가 너무 높은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로키스 비트라이터 패트릭 선더스에 따르면, 화이트 삭스, 템파베이, 토론토가 스토리 트레이드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로키스가 원하는 대가가 너무 세서 딜이 진행될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 시즌의 스토리도 아니고, 커리어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이번 시즌의 스토리에 대해 값을 높게 부른다? 애초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별로 없었다는 거다.

   

 당연히 스토리는 분노할 수 밖에 없다. 트레이드 불발 이후 스토리의 코멘트에서는 실망감이 역력히 드러났었다.

 

 "정말 혼란스럽네요. 현 상황을 만족스럽다고 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을 겁니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고, 완전한 시간 낭비였던 것 같아요."

 

(장기계약에 대해) "가망이 없어보이네요." (I think the writing is on the wall.)

 

(자신의 거취에 대해 데드라인 이전에 확답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빌 슈미트는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노력을 안 한건 아닙니다. 다른 클럽이랑 대화를 나눴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전 트레버(스토리)에게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했고, 그도 알고 있었죠. 실망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거고 오프시즌에 이 사안을 다룰 겁니다."

 

"우리가 받은 오퍼를 생각해봤을때, (보상) 픽이 우리에게 더 낫다고 판단했고, 스토리를 두 달 동안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마 협상이 진전이 됐었다면,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로키스가 선수 육성 능력이 떨어지는 사실을 리그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보상 픽이 더 낫다? 그야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그리고 스토리가 QO를 거절하고 다른 팀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스토리가 QO를 받고 FA 재수를 선택하면 어떻게 할 건가? 구단 운영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게 정상인데, 로키스는 불확실성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그레이는 연장 계약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본인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로키스 쪽에서도 괜찮은 계약을 제시할 용의가 있어보인다. 파드리스와 카디널스 같은 팀들이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중단되었다는 맥락을 보면 계약을 성사시킬 자신감도 있어보인다. 그레이를 팔아야 했다고 보는 입장이긴 하지만, 만약 괜찮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그렇게 나쁜 결정은 아니다. 준수한 선발을 괜찮은 가격에 보유한다? 손해를 볼 일은 절대로 없다.

 

슈미트: "우리의 목표는 존을 로키스 선수로 계속해서 데리고 있는거죠. (연장계약에 관한) 대화를 몇 번 나누긴 했습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어요."

 

  바드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몇 달 동안 타팀들의 오퍼를 받았지만 역시 그레이와 비슷하게 NFS 선언을 해버렸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결정이다. 바드의 나이는 36살이고, 언제 노쇠화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이다. 시즌 초보다 많이 나아졌긴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퍼포먼스도 많이 떨어졌고 벌써 블론세이브가 6개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무리로써의 안정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로키스가 바드를 팔지 않은 이유는 '내년 시즌에도 마무리를 맡기고 싶어서'였다. 전력 파악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크론은 트레이드를 다룬 기사에도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거나, 로키스가 적극적으로 세일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데드라인에 로키스는 분명히 셀러로 나섰음에도,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자원은 전혀 팔지 않았고, 이전에 팔았던 유망주를 다시 데려오는 기이한 행보를 보이고 말았다. 정말 이쯤되면 몽포트와 슈미트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 생각이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의문이 든다. 현재의 로키스는 단기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레이와 바드를 팔지 않은 건 누가 봐도 즉각적인 성적을 내기 위한 무브이다. 지금 그레이와 바드가 못해서 팀 성적이 이 모양인가? 전혀 아니다.

 

 팜은 여전히 황폐하다. 최근 2년간 높은 순번의 픽을 얻어서 유망주를 지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포텐셜이 높은 유망주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하이 싱글에서 OPS 8할 겨우 넘기는 1루수 유망주인 마이클 토글리아가 다른 팀에 가면 Top 10 안에 들기도 힘들 것이다. 근데 로키스 팜에서는? 무려 3위다. 그 밑에는 트리플A에서 OPS 7할대 치는 코너 외야수인 라이언 빌라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망주를 수급하지 않는 건 직무 유기나 다름 없다.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는 팀. 바로 콜로라도 로키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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