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오스틴 곰버의 신무기: 체인지업

IN-N-OUT 2021. 7. 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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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틴 곰버의 최근 활약은 놀라운 수준이다. 시즌 초에 ERA 6점대를 찍을 때만 해도, 브리디치의 '삽질' 리스트에 또 다른 기록이 추가되나 싶었지만, 그 이후에는 솔리드한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5/12 경기 이전과 이후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이런 면이 확연히 드러난다. 시즌 초에 난조를 겪던 제구를 완전히 개선하였고, Hard Contact도 잘 억제되고 있다. 

 

  Game Win IP ERA K/9 BB/9 HR/9 xWOBA EV
~5/11 7 2 34.0 6.35 9.00 5.29 1.32 .328 88.1
5/12~ 10 6 56.1 2.08 8.31 0.96 1.28 .267 85.8

 

곰버의 부활을 논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구종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2019시즌이나 2020시즌에는 슬라이더나 커브 같은 다른 브레이킹볼보다 사용도가 떨어지는 공이였지만, 앞서 언급한 5/12 경기를 기점으로 구사율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번 시즌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19.7%로, 곰버의 주무기인 커브(17.1%)보다 높고, 슬라이더(23.8%)와 비슷한 수준이다. 곰버의 체인지업은 피안타율 .145, 피장타율 .246, Whiff% 31.9%로 보여지는 결과도 좋고 xWOBA .273으로 트래킹 스탯도 훌륭하다.

 

 

  곰버의 체인지업은 흔히 말해 '특색이 없는 공'이다. 곰버가 던지는 다른 브레이킹 볼들을 예로 들어보자면, 슬라이더 같은 경우 존 하단 좌측에 잘 형성되어 있는 탄착군, 평균 이상의 수평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고, 커브는 리그 최상급의 수직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탄착군 자체도 퍼져 있는 편이고, 수직/수평 무브먼트 모두 밋밋한 구종이다. 공 자체의 위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 곰버의 체인지업은 어떻게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일까? 바로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에 답이 존재한다. 야구 중계를 보면서 해설위원의 이런 멘트를 하는 것을 한 번을 들어봤을 것이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가 클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통계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지난 세 시즌간 체인지업을 100개 이상 던지고, 100타수 이상을 상대한 투수 441명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를 구해보았다.

 

  좌측은 패스트볼-체인지업 구속 차이와 Whiff%의 scatter plot이고, 우측은 Hard Hit%와의 scatter plot이다. 이 데이터를 통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클 수록 Whiff%는 높아지고(r = 0.256), Hard Hit%는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r = -0.200).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구속차의 리그 평균 수치는 7.98마일인데, 곰버의 구속 차는 8.6마일에 달한다. 이러한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여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곰버의 체인지업은 홈/원정과의 무브먼트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쿠어스 필드 특성상 변화구가 가진 무브먼트는 일반적인 구장보다 줄어든다. 곰버의 커브에서도 이런 확연한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좌측 사진이 쿠어스 필드에서의 커브 무브먼트이고, 우측 사진이 원정 구장에서의 무브먼트이다. 수직 무브먼트가 원정 대비 홈에서 평균적으로 5-6인치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곰버의 커브 무브먼트가 워낙 좋기 때문에 홈에서도 커브의 위력이 발휘되긴 하지만, 일반적인 투수에게는 상당한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그런 면이 덜하다. 좌측이 홈에서의 무브먼트이고, 우측 사진이 원정에서의 무브먼트인데 수평 무브먼트가 살짝 줄어들긴 했지만 커브와 같이 수직 무브먼트가 대폭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홈에서의 체인지업의 Exit Velocity는 83.4마일에 불과하고, 장타 억제가 최우선 과제인 쿠어스 필드에서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체인지업을 장착한 이후 곰버는 우타자에 대한 공포를 완벽히 떨쳐낼 수 있었다. 곰버의 체인지업은 좌타자에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우타자 저격용으로 사용되는 구종이다.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올리기 전 곰버의 우타자 상대 ERA는 8.10에 달했지만, 체인지업 비중을 늘린 이후에는 ERA 1.59에 그치고 있다. 카디널스에 있을 때도 우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극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느리고 구위가 좋지 못하다는 단점 때문에, 마르케즈 급의 에이스로 성장하긴 무리가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로테이션을 책임져줄 수 있는 2-3선발의 역할은 충분히 소화 가능한 선수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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