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프리랜드와 로저스의 엇갈린 행보

IN-N-OUT 2021. 6.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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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시즌은 카일 프리랜드와 브랜던 로저스, 2명에게 모두 중요한 시즌이다. 프리랜드는 연봉조정 2년차에 들어섰고, 이번 시즌 연봉인 5m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넌텐더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브랜던 로저스는 반드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한 때 Top 10 유망주로 평가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메이저 레벨에서의 변변치않은 활약과 부상으로 인해 기대치는 이미 많이 떨어졌고, 올해가 출장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두 명 다 부상으로 인해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다. 트리플 A에서 한 달여의 재활을 거쳐야 했고, 로저스는 5월 21일, 프리랜드는 5월 25일에서야 이번 시즌 첫 경기를 뛸 수 있었다. 하지만 한달여가 지난 현재, 로저스가 메이저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기대를 받고 있는 반면, 프리랜드는 로키스에서의 미래는 커녕, 메이저 레벨에 걸맞는 피칭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즌 시작 전에 썼었던 글(프리랜드의 부활, 믿어도 될까? - https://spoflix.tistory.com/31)에서 지난 시즌 프리랜드의 성공 비결을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경쟁력 없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사 빈도를 과감히 낮추고,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려서 약한 컨택을 유도하여, 땅볼 타구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장타력을 억제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리랜드의 타구 분포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왼쪽 사진은 프리랜드의 GB%를 구종별로 분류한 그래프이고, 오른쪽 사진은 FB%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구종은 체인지업(초록색 선)이다. 지난 시즌 프리랜드의 반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던 구종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땅볼 비율이 늘어나고, 반대로 뜬공 비율은 늘어났다. 구위가 떨어지는 프리랜드의 공이 외야로 나간다? 장타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저 성적을 찍을 동안 쿠어스에서의 등판은 단 1번 밖에 없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프리랜드의 체인지업: 2020 VS 2021

 

2020: BA .467/ xBA .307/ SLG .533 / xSLG .505 / wOBA .479 / xwOBA .405 / EV 89.8 / LA 4

2021: BA .308/ xBA .300/ SLG .410 / xSLG .409 / wOBA .336 / xwOBA .334 / EV 87.5 / LA 2

 

 체인지업의 위력이 1년 만에 감소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지난 시즌보다 버티컬 무브먼트도 줄어들었고 (31.8 -> 29.3), 커맨드 자체도 위력적이지 못하다. 이렇게 해서 프리랜드가 서드 피치로 준비했던 체인지업은 1년 만에 위력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프리랜드가 즐겨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가 어느 정도 통하기만 했으면 이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체인지업보다 더 큰 문제는 프리랜드가 오랫 동안 주무기로 사용해 온 슬라이더이다. 왜 이번 시즌 슬라이더가 통하지 않는 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이, 아래에 있는 두 장의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좌측이 2020시즌 슬라이더 분포도이고, 오른쪽이 이번 시즌이다. 지난 시즌 프리랜드는 슬라이더의 빈약한 무브먼트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존 바깥쪽 위주의 피칭을 했고, 높은 Whiff%(32.3%)와 약한 컨택(EV 79.4)라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리랜드의 슬라이더는 존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존에 들어오고 있다. 타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이미 슬라이더로 피홈런을 3개나 허용했다. 이번 시즌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444이고, 피장타율은 1.056에 달한다.

 6/11 신시내티 전에서 스캇 하이네만에게 허용한 홈런인데, 우타자에게 존 안으로 들어오는 실투성 슬라이더로 인해 장타를 허용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필자는 프리랜드가 이번 시즌에 반등을 이뤄낼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ERA 9.00이라는 표면적인 수치 뿐만 아니라, 세부 내용이 너무 좋지 않다. Barrel%는 16.9%에 달하고, xwOBA를 기반한 xERA는 7.83이라는 최악의 성적이다. 계속해서 감소하던 K%는 10.6%까지 내려왔고, 그렇다고 BB% 10.6%라는 수치에서 보듯 커맨드가 잘 잡히는 것도 아니다. 

 반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로저스는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74타석에 들어서서 254/351/413, wRC+ 101을 기록하고 있다. 저정도의 타격 수치가 뭐가 대단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이 팀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가 wRC+ 109를 치는 찰리 블랙먼인걸 감안하면 로키스 입장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게 맞다.

 

 로저스의 타격에서 가장 회의적으로 봤던 점은 공을 제대로 당겨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트리플 A에서 당겨친 타구의 비율이 40% 중반이였던 선수가, 메이저에서는 구위에 타구가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도 Pull%가 31.9%로, 리그 평균인 36.6%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가면서 공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게 긍정적이다.

 

 

 왼쪽이 이번 시즌 6/3까지의 로저스의 스프레이 차트이고, 오른쪽이 6/4일 이후부터의 스프레이 차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구의 방향이 좌측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 기록한 3개의 홈런 중 2개도 당겨친 타구이다. 빠른 볼 대처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래 표는 93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한 로저스의 성적을 기간 별로 정리해놓은 것이다.

 

 마이너에서 콜업 된 이후인 초반에는 고전하는 모습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한 이후로는 패스트볼에 오히려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19시즌, 2020시즌에 있었던 두 번의 콜업에서는 패스트볼에 고전하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패스트볼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타석에서도 보다 침착해진 모습이다. Zone Contact%는 84%로 평균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1st Pitch Swing%나 Whiff%도 유의미하게 줄었다. Swing/Take Profile을 봐도 유인구 위주에 피치가 이루어지는 Chase 지역에서 스윙을 잘 억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주포지션인 2루 수비와, 스토리의 공백 기간 동안 잠시 대타로 들어간 유격 수비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루에서의 OAA는 +1이고, 유격에서는 아직까지는 0이지만, Estimated Success Rate보다 1% 높은 Success Rate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표본이 적고 난이도 높은 타구를 많이 처리하지는 않았지만, 실책을 1개만 기록할 정도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해주고 있으며 이런 호수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뚜렷한 약점도 남아있다. 좌타자 상대 성적(OPS 1.313)에 비해 우타자 상대 성적(OPS .573)이 취약하고, 브레이킹 볼과 오프스피드 피치에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다. 특히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데, 21타수 2안타(BA .105)에 그치고 있으며, Whiff%는 28.3%에 달한다. 상대 우투수들은 로저스에게 패스트볼(67개)보다 더 많은 슬라이더(69개)를 던졌을 정도로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데, 로저스가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이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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