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대니얼 바드의 예고된 추락

IN-N-OUT 2021. 5. 1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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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현 로스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대니얼 바드이고, 이미 여러 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미래가 창창하던 투수가 입스로 인해 야구를 그만두고 코치로 전향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8년 만에 마운드로 돌아와 한 팀의 필승조가 된다.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2020 NL Comeback Player of the Year는 당연히 바드의 것이었고, 마무리를 맡을 예정이었던 오버그가 커리어 아웃급의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마무리라는 중책을 안게되었던 바드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바드의 퍼포먼스는 지난 시즌과는 차이가 크다.

 

 ERA나 xERA나 대폭 상승했으며, 지난 시즌에도 평균 이상이었던 BABIP는 1할 2푼이나 높아졌다. 피홈런도 통제가 안되는 모습이며, 제구력도 나빠졌다. 그렇다고 바드가 던지는 공 자체의 위력이 내려간 것은 아니다. 구속이나 무브먼트도 작년이랑 비슷하고, 오히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상승했다. (2020: 95.0마일 -> 2021: 96.0마일) 하지만 스탯을 살펴볼수록 이번 시즌 바드의 부진 이유가 명확해졌고, 나중에는 '작년에는 어떻게 저 ERA랑 xERA를 찍을 수 있었던거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바드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이다. 바드의 이번시즌 패스트볼 회전수는 RPM 2779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냥 좋은 수준이 아니라, 바드의 위에는 (타르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트레버 바우어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RPM 2831) 거기다 평균 속도도 96마일인데 구위가 떨어진다니 다소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전 효율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바드가 던지는 포심의 Active Spin은 76.5%에 불과하고, 다른 빨간 점들(포심 패스트볼)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위치에 랭크되어 있다. 순위로 따지면 371명 중 322위라는 저조한 수치이다. 회전 효율이 낮으면, 가지고 있는 회전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공의 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도 저조하다. 트레버 바우어(오른쪽 상단에 홀로 위치한 점)가 회전수와 무브먼트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가진 반면, 바드의 부족한 Break는 이 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흔히 말하는 위력이 없는 '작대기 직구'라고 봐야한다.

 

그럼 여기서 의아한 점이 생길 것이다. 작년과 올해의 패스트볼의 구위가 별 차이 없다고 글 서두에서 언급했었는데, 어떻게 작년에는 좋은 성적을 내고 올해는 나쁜 성적을 내고 있는가? 가장 큰 요인은 운의 부재이다.

 

지난 시즌 바드의 패스트볼을 때린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타구 속도 95마일, 발사각 10도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Hard Hit 비율은 70%에 달했다. 스탯캐스트가 제공하는 Exit Velocity & Launch Angle Field Breakdown은 타구 속도와 발사각을 입력하면, 타구들이 기록했던 결과값을 보여주는데 바드의 지난 시즌 수치를 입력하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타율이 .786이니, 대충 타구 10개 중 8개는 안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바드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놀랍게도 .244에 그쳤고, xBA(기대 타율)도 .252라는 준수한 스탯을 보였다. 일단 90마일 이하의 타구들에서는 1개의 안타 밖에 나오지 않았고, 100마일 이상의 타구를 11번이나 허용했지만 안타를 5개 밖에 내주지 않았던 것이 크다. 아래 이미지도 104마일의 타구를 스토리가 잡아내서 아웃시키는 장면이다.

 

이번 시즌의 패스트볼 타구 속도는 타구속도 96마일, 발사각 9도, Hard Hit% 69%라는 지난 시즌과 거의 흡사한 스탯을 보이고 있지만 운은 따라주지 않고 있다. 97마일 이상의 타구를 허용한 10번의 케이스가 모두 안타로 연결되었으며, 피홈런도 2개나 포함되어 있다. 피안타율은 .500, xBA는 .357이다.

 

또한 바드는 제구에서도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다. 패스트볼의 BB%는 지난 시즌 8.7%에 이번 시즌 13.9%로 크게 증가했다. 세컨 피치인 슬라이더의 BB%도 5.4%에서 9.4%로 늘어났기 때문에 바드의 전체적인 BB/9도 덩달아 불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리고 좌투 상대 성적도 크게 나빠졌다. (2020: ERA 3.65, 2021: ERA 13.50)

 

결국, 현재 바드의 성적은 크게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른 구종도 아니고 패스트볼이 저런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 시즌 중에는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정말 좋아하는 선수지만, 올해는 많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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