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End of Era? 브리디치의 경질과 로키스의 향후 행보에 대하여

IN-N-OUT 2021. 4.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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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리디치가 갔다. 헤드라인이야 'resign'이라고 나왔지만, 로키스 비트라이터 닉 그로크의 기사에서는 몽포트가 사임을 종용하다고 나왔으니, 사실상 경질이라 봐야 맞을 것이다. 모든 로키스 팬들이 바라던 일이였고, 결정 자체는 당연하다고 보지만 상당히 많은 의문점을 낳는 결정이기도 하다. 

 

왜 하필 지금?

 

 오늘 브리디치 경질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로키스의 성적은 8-13였고, 서부 지구 최하위에 위치해있었다. 근데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을까? 다저스나 샌디에이고는 말할 것도 없고, 자이언츠나 디백스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팀이 로키스인데 말이다. 시즌 20경기만에 경질할 단장에게 한 시즌, 혹은 향후 10년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지난 오프시즌의 지휘를 맡긴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지난 오프시즌에서 로키스는 팀 구성에 있어서 실패했음을 깔끔히 인정하고, 빠르게 리빌딩 체제로 나아갔어야 한다. 그래서 스토리, 그레이 같이 서비스타임이 1년 남지 않은 선수들이나, 에셋을 어느 정도 받아올 수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열악한 팜 뎁스를 채우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지만 브리디치는 비전에 따라 움직이기는 커녕 팀 내 핵심 선수 아레나도를 팔고 최대 실링이 잘해봐야 4-5선발인 선수(오스틴 곰버)와 그 로키스 팜에서 10위 안에도 쉽게 못 들어가는 mid-level 유망주만 잔뜩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서야 단장 교체라는 무브를 보인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연관이 높아보이는 건 놀란 아레나도의 트레이드의 여파이다. 닉 그로크가 오늘 팟캐스트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로키스 프런트는 내부적으로 아레나도 트레이드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안 좋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으며, 트레이드 이후 로키스의 위상이 야구계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지금까지야 로키스 팬덤을 제외하고는 큰 비판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전 리그의 놀림거리가 되다보니 일종의 '꼬리 짜르기'로 브리디치를 경질했다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확고한 몽포트 체제의 구축

 

 

 사실 더 중요한 발표는 따로 있었다. 단장 경질과 동시에 로키스는, 아니 몽포트는 COO 그렉 피즐을 팀의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회장 직책은 이전 회장인 켈리 맥그리거가 2010년 심장 질환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공석으로 유지되어 있었는데, 11년만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그렉 피즐이라는 인물은 야구와 전혀 상관 없는 인물이다. 전직 NFL 오펜시브 태클 출신이고, 코카콜라 세일즈 디렉터로 근무하다가 1996년 로키스에 입사, 이제는 회장까지 올라왔다. 그럼 왜 이런 야구에 대한 지식도 없는 사람이 President라는 클럽의 넘버 투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몽포트의 '오른 팔'이기 때문이다. 이 인물의 공식 직책은 콜로라도 로키스의 'Chief Operating Officer'인데, 최근까지도 로키스와 전혀 상관 없는 몽포트의 빌딩 투자를 책임지고 진행하던 인물이다. 그만큼 몽포트의 신뢰를 많이 받는 인물이고, 몽포트의 '노비' 노릇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쯤에서 디 애슬레틱 기사에서 나온 전직 직원의 발언을 들어보자. 

 

'그 팀은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바치려하지 않아요. 걔네는 돈 밖에 관심이 없어요. 딕 (몽포트)이 매일 신경 쓰는 것도 돈 뿐이고요."

 

향후 전망은?

 

 일단 이번 시즌은 임시 단장 체제로 진행될 것이며, 다음 오프시즌 때 본격적인 단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몽포트가 그 동안 단장 선임 시에 외부 인사 영입 대신 내부 인사 승진을 택했던 것으로 보면 이번 임시 단장이 향후 로키스 단장이 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근데 만약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고 결심을 내렸다고 치자. 과연 리그에서 단장 후보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로키스를 택할 메리트가 과연 존재하는가? 몽포트가 재력이 뛰어난 구단주도 아니고, 쿠어스 필드라는 존재 때문에 로스터 구성 자체도 다른 팀보다 난이도가 높다. 게다가 프런트 오피스의 실권은 몽포트가 꽉 잡고 있는데, 아무리 단장 자리가 매력적이라도 이런 환경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구단주 몽포트

 

 답은 간단하다. 2020 시즌에 '로키스가 94승을 거둘 것이다' 같은 정신 나간 발언이나, 야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계속 현장 개입이나 하는 딕 몽포트가 팀을 팔거나 아니면 자신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좋다. 지금 이런 선택을 할 정도의 사람이면, 애초에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브리디치가 아무리 무능하다고 하지만, 지금 몽포트는 브리디치를 총알받이로 세우고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려고 하는 비겁하고 비열한 인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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