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치치 곤잘레즈, KBO리그에선 경쟁력이 있을까?

IN-N-OUT 2021. 11. 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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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치 곤잘레즈가 KBO리그 팀의 투수 용병 후보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이 메이저 리그 레벨이 아니란 것은 수년 동안 증명했고, 로키스가 서비스 타임이 남아있음에도 DFA라는 선택지를 택했기 때문에 아시아 행이 어느 때보다 유력해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과연 곤잘레즈라는 선수가 KBO리그에서는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냐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치치 곤잘레스라는 선수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이다.

 

구종

 

 지난 시즌 치치 곤잘레즈의 구종 분포는 포심 패스트볼(46.4%), 슬라이더(23.4%), 체인지업(9.8%), 커터(9.6%), 싱커(5.7%), 커브(5.1%)였다. 하나씩 분석해보자.

 

 패스트볼(포심/싱커)

 

 스탯캐스트 데이터 상으로는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가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구속이나 무브먼트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구종으로 봐도 충분할 것이다. 곤잘레즈의 패스트볼은 91마일(146km) 정도에서 평균 구속이 형성되고 존 공략에 주안점을 둔다.

 

 곤잘레즈의 패스트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다운 무브먼트'이다. 메이저리그의 추세가 높은 회전수를 바탕으로, 공의 낙폭을 최소화하는 '라이징 패스트볼'인 반면에 곤잘레즈는 완전히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곤잘레즈의 포심 패스트볼 낙폭(Inches of Drop)은 20.6인치인데, 메이저리그에서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424명의 투수 중 23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타자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욱 가라앉는 패스트볼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다만 저 수치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바로 지난 시즌 곤잘레즈가 뛰었던 홈구장이 쿠어스필드이기 때문이다.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브먼트가 일반적인 구장에 비해서 잘 안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데, 곤잘레스는 오히려 이득을 본 경우이다. 다운 무브먼트가 원정 경기에 비해 홈 경기에서 뚜렷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좌측 사진이 홈 경기에서의 포심 패스트볼 무브먼트이고, 우측 사진이 원정 경기 포심 패스트볼 무브먼트인데, 홈 경기보다 원정 경기의 무브먼트가 보다 높은 위치에 분포하는 현상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쿠어스에서의 패스트볼이 원정 경기의 패스트볼보다 결과값이 좋게 나타나는 것이다. (패스트볼 홈 wOBA .365 vs 원정 wOBA .423)  

 

 또 하나의 우려되는 점은 땅볼 비율이다. 다운 무브먼트를 가진 패스트볼 투수면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어 삼진을 잡기 보다는, 느린 타구를 유도하여 범타를 만드는 피칭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곤잘레즈의 패스트볼 GB%는 겨우 40.5%에 불과하다. 200타석 이상을 상대한 투수 358명 중에 243위에 그치는 성적이다. 싱커와 커터를 제외한 '포심 패스트볼'만 떼놓고 보자면 36.4%로 떨어진다. 땅볼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라인 드라이브, 플라이볼 타구의 비율이 높아짐을 의미하고, 곤잘레즈의 구위로는 장타를 억제할 수 없다. 패스트볼의 피장타율이 .531에 달하는 것이 우연은 아닌 셈이다.

 

 슬라이더

 

 곤잘레즈의 세컨 피치이고, 이번 시즌 커리어 시작 이후 가장 높은 구사율(23.4%)을 보였다. 하지만 '결정구'라고 불리기에는 낙제점인 공이 곤잘레즈의 슬라이더이다.

 

 일단 무브먼트가 전혀 특출나지 않다. Vertical Movement, Horizontal Movement가 모두 평균 이하이며, 이를 종합한 수치인 Slider AVG Break는 하위 21%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런 무브먼트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커맨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 곤잘레즈의 슬라이더 로케이션이다. 타자들을 유인하기는 커녕, 존에 몰리는 공들이 지나치게 많다. 치기 좋은 위치로 밋밋한 변화구가 들어온다? 타자들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기회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이번 시즌 슬라이더 피장타율 .660이라는 수치가 이해가 갈 것이다. 또한 Whiff%도 18.4%에 그쳤는데, 이는 이번 시즌 200개 이상의 슬라이더를 던진 102명의 선수 중 102위에 해당한다. 슬라이더가 유인구로써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없는 슬라이더는 우투수인 치치 곤잘레스가 좌타자한테 오히려 강한 '역스플릿' 현상도 설명해준다. 우타자 상대로는 체인지업의 비율을 줄이고 슬라이더 구사율을 늘리는 피칭 레퍼토리를 가진 선수가 곤잘레즈인데, 타자들을 전혀 제압하지 못하니 피홈런도 늘어나고, 장타율도 더불어 늘어나는 것이다.

 

 <곤잘레즈의 '역스플릿'>

vs L: 239타석, 305/357/459, 6홈런

vs R: 209타석, 317/367/630, 12홈런

 

체인지업

 

 커리어 내내 10% 내외로, 꾸준한 구사율을 보이고 있는 구종이다. 개인적으로 곤잘레즈의 유일한 플러스 피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일하게 피치 밸류가 플러스인 구종이기도 하고, 커리어 내내 결과값이 좋았기 때문이다. 땅볼 비율도 47.6%로 포심 패스트볼(36.4%), 슬라이더(39.1%)에 비해 월등히 높고, 피안타율 .130 / 피장타율 .174로 허용한 타구의 질도 훌륭한 편이다. 

 

 

 곤잘레즈의 체인지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브먼트이다. 리그 최상급은 아니지만, 곤잘레즈의 구종 중 유일하게 평균 이상의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공이며, 각도도 제법 날카롭게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패스트볼과 릴리즈 포인트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타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구종도 로케이션이 살짝 아쉽다. 공이 가진 위력에 비해 Whiff%는 17.1%로 낮은 편인데, 만약 헛스윙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탄착군보다는 살짝 낮은 지점으로 던져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커터

 

 앞서 언급한 포심, 싱커와는 구속과 무브먼트가 확연히 구분되는 변형 패스트볼이다. 다만 구사율도 꾸준히 줄고 있을 뿐더러, 슬라이더나 포심이 가지고 있는 문제인 무브먼트의 부족도 고스란히 물려받은 구종이다. 존에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은 가지고 있다지만 그게 끝이고, Hard Hit도 많이 허용한다. 보는 입장에서 '굳이 던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구종이 곤잘레즈의 커터이다. 

 

커브 같은 경우 구사율이 낮고, 표본이 적은 구종이기 때문에 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다.

 

 제구력의 증가?

 

 이번 시즌 곤잘레즈의 스탯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바로 제구력 향상인데, 커리어 내내 11%를 넘기던 BB%가 이번 시즌에는 6.3%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팀 동료 센차텔라의 케이스처럼, 더 많은 공을 존 안에 집어 넣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구종별 스트라이크 비율 변화>

포심/싱커: 2021 - 58.1, 2019/2020 - 56.3
슬라이더: 2021 - 48.8, 2019/2020 - 35.5
체인지업: 2021 - 43.1, 2019/2020 - 29.9
커터: 2021 - 50.3, 2019/2020 - 43.7

 

 이전 시즌들에 비해 스트라이크를 존에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고, 특히 변화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이 진정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원래 삼진율이 낮은 선수긴 했지만 이번 시즌의 K%는 12.5%로 더 감소했으며, 리그에서도 하위 1%에 해당하는 아주 낮은 성적을 찍게 되었다. 또한 삼진과 볼넷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는데, 곤잘레즈같이 구위가 약하고 Weak Contact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꾸준하게 로테이션은 돌았다?

 

 지난 시즌 IL에 두 번 등재된 것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로키스 로테이션에서 5선발 역할을 해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곤잘레즈가 선발로 나간 것은 '곤잘레즈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없어서'라고 설명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롤리슨은 부상과 부진으로 메이저 로스터에 올라오지 못했고, 램버트나 카스텔라니 같은 5선발 후보들도 부상을 당하거나 마이너에서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 곤잘레즈가 그 선수들보다는 비교우위가 있긴 하지만, 로테이션을 돌았다는 사실이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전망

 

  관건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1. 메이저에서는 수준 이하였던 패스트볼이, 평균 구속이 낮아지는 KBO 리그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메이저 리그에서 91마일이 매력적인 구속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 상태만 괜찮다면 구속 자체는 리그에서 상위권에 위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무브먼트만 뒷받침해준다면 타자들이 패스트볼을 공략하기는 힘들 것이다. 

 

2. 확실한 세컨 피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슬라이더는 위력이 없고, KBO에서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게 사실이다. 오히려 서드 피치인 체인지업 비중을 늘려서 세컨 피치로 가져가고, 슬라이더는 체인지업을 보조해주는 역할로 사용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3. 커맨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는 존의 중앙 부분을 주로 타격해왔다면, 이제는 커맨드를 보다 정교하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변화구는 지금보다는 존 바깥으로 가져가야 하고, 패스트볼도 존의 경계 지점과 인접한 곳으로 던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패스트볼의 구위만 살아난다면 2선발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커맨드와 세컨 피치 문제를 해결한다면 탑급 용병이 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다만, 확실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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