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빌 슈미트의 오만함: 존 그레이의 FA 사가 되짚어보기

IN-N-OUT 2021. 11. 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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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퀄리파잉 오퍼 마감기한이다. 이번 FA 시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대어들이 QO를 제시받았고, 트레버 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명단을 쭉 읽다가 있어야 할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바로 존 그레이였다. 

 

 로키스는 1년 18.1m 단년 계약도 제시하지 않았고, 그레이는 '쿠어스 필드에서 다년간 준수한 성적을 거둔 선발'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아무런 부담 없이 다른 클럽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당연히 QO 정도는 오퍼할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대부분의 기자들도 비슷한 의견이었지만 '몽포트의 충견' 빌 슈미트는 다르게 본 모양이다. 아직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없어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거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판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더 눈여겨봐야할 것은,  QO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현 상황까지 오게 만든 일련의 의사 결정 과정들이다. 로키스는 FA까지 1년 밖에 남지 않은 그레이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유망주들을 데려오거나, 적극적으로 연장 계약을 하려는 무브를 보이기는 커녕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상황을 방관하였고, 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 선발투수 중 한 명인 그레이를 빈 손으로 떠나보낼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트레이드

 

 그레이는 2020시즌에 커리어 최악의 활약을 보였다. 어깨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공을 던졌기 때문에 구속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K/9도 5.04로 폭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오프시즌 아레나도가 카디널스로 팔려가고, 스토리의 트레이드 루머가 계속해서 나오는 와중에도 그레이에 대한 타 팀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반기의 그레이는 나름대로 부활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도 1마일 정도 끌어올렸고,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피칭 레퍼토리도 바꿨다. 전반기 성적은 ERA 3.77이라는 준수한 성적이였고, 당연히 선발 영입이 필요한 컨텐더 팀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로키스는 파드리스, 카디널스 같은 플레이오프 컨텐더 팀들과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빌 슈미트는 협상을 중단하고 그레이를 팔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다.

 

 슈미트: "우리의 목표는 존을 로키스 선수로 계속해서 데리고 있는거죠. (연장계약에 관한) 대화를 몇 번 나누긴 했습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어요."

 사람을 기만하는 연장 계약 오퍼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그러려니했다. 트레이드를 하지 않은 게 아쉽긴 했지만, 그레이와 로키스 양 측 모두 연장계약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잔류 가능성도 높아 보였고, 그레이 정도의 선발투수를 팀에 계속해서 데리고 있다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연장계약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해놓고, 빌 슈미트는 3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팀들과의 경쟁 없이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3달이라는 중요한 기간 말이다. 로키스가 연장계약을 실제로 제시한 것은 9월 말, 마지막 홈 연전에서의 일이었다. 

 

 오퍼의 내용은? 비트라이터 닉 그로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3,4년의 기간에 금액은 35~40m정도였다. 그레이 입장에서는 참 재밌는 오퍼였을 것이다. 자신보다 커리어 내내 보여준 퍼포먼스가 한 두급은 낮은 센차텔라가 5년 50m을 받아가는데, 그레이에게는 저런 오퍼를 제시한다? 그냥 나가라고 등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 그레이는 당연히 오퍼를 거절하고, FA로 나오는 길을 택한다. 도대체 데드라인 당시에 슈미트가 보여준 연장 계약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역시 알반인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QO도 없고, 대안도 없다

 

 연장 계약안이 거부되면서, 그레이가 로키스에 잔류할 가능성도 거의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얻기 위해서 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QO이다. 그레이 정도의 투수가 팀을 못 구할 일은 없기 때문에, QO를 제시한다면 낮은 순위의 보상픽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 만약 QO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단년 고액 계약으로 그레이를 활용하면서 다음 트레이드 시장에서 오퍼를 알아보거나, 다시 한 번 장기계약을 체결하려는 시도를 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슈미트는 그런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로키스 비트라이터 토마스 하딩에 따르면, 길고 긴 검토(lengthy consideration) 끝에 QO를 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검토를 했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로키스 프런트 임원들이 심도 깊은 논의를 긴 시간 동안 지속할 정도로 지적 능력이 좋지도 않을텐데 어디서 저런 말을 주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로키스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트레이드로 받아온 유망주들도 없고, 보상픽도 받을 수 없다. 선발 로테이션은 마르케즈, 프리랜드, 곰버, 센차텔라 4명에 내년 콜업이 유력할 롤리슨으로 꾸려가면 된다지만, 전체적인 퀄리티의 하락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필자의 생각은 확실해졌다. 이 팀의 문제는 단장 한 명이 아니다. 몽포트와, 풋볼 선수 출신 회장을 포함한 프런트 고위직들 모두가 능력 미달이다. 이 팀이 어딜 봐서 정상적인 메이저리그 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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