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라일리 파인트 연대기 - 전체 4픽에서 23살 은퇴까지

IN-N-OUT 2021. 6. 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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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파인트가 은퇴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가장 처음 든 감정은 황당함이었다. 분명히 시즌 초에 '제대로 해보겠다'라는 인터뷰를 읽은거 같은데, 마이너리그 시작한지도 한 달도 안되서 은퇴를 한다? 그것도 본인의 마이너리그 커리어 중에서 가장 좋은 ERA를 찍고 있는 와중에? 본인의 선택이니 존중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 글은 파인트가 로키스에 지명되던 2016년부터, 은퇴를 선언한 이번시즌까지의 6년 간의 기간을 조명해본다.

 

102마일을 던지는 유망주

 

 스카우팅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파인트가 최상급의 포텐셜을 가진 유망주라는걸 알아보기는 쉬웠다. 고교 시절 캔자스 주 대회에서 49이닝동안 87개의 삼진을 잡으며, 0.43의 ERA를 기록하였고 최고 구속 102마일, 평균 93-9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으며, 너클 커브라는 킬러 피치까지 구사하였다. 빠른 팔 스윙을 가지고 있고 익스텐션이 길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또한 6-4라는 우수한 피지컬에, 디비전 1에 속해 있는 아이오와 대학교 농구 팀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당연히 드래프트 전 평가도 후했다. MLB.COM에서는 파인트를 전체 유망주 중 2위로 두었고, 패스트볼 그레이드 75, 오버롤 60이라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드래프트 날, 앞의 3팀이 미키 모니악, 닉 센젤, 이안 앤더슨을 지명하면서 4픽을 가지고 있던 로키스까지 지명 순서가 오게 되었다. 이미 LSU에 구두로 커밋을 해둔 상태였기에, 로키스는 확실한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었고, 그 해 드래프티 중에 3번째로 많은 480만 달러라는 높은 계약금을 주며 파인트를 붙잡는데 성공하였다. AJ 퍽, 칼 콴트릴, 맷 매닝, 카일 루이스, 알렉스 키릴로프, 개빈 럭스, 딜런 칼슨 등의 선수들이 그 해 드래프트에서 파인트의 뒷 순번에 지명되었다.

 

 그 때 당시에도 우려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메카닉이 매끄럽지 않고, 딜리버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커맨드의 개선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이고, 적절한 코칭을 받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실제로 헤르만 마르케즈가 5위, 카일 프리랜드가 7위일 정도로 뎁스가 좋았던 2016년 로키스 팜에서도 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파인트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을 줄 알았다.

 

부상, 부상, 그리고 제구

 

 파인트의 발목을 잡은건 계속되는 부상이었다. 프로에 데뷔한 첫 해에는 싱글 A에서 22경기를 선발로 뛰며, 93이닝 ERA 5.42라는 성적을 냈지만 그 다음해부터 전완근 부상, 경사근 부상에 시달렸고, 2019 시즌에는 어깨 건염까지 걸렸다. 그 두 해 동안 던진 이닝은 단 25이닝에 불과했고, 2019 시즌에는 불펜으로 전환되어 17.2이닝을 던지면서 ERA 8.66이라는 재앙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다. BB/9은 무려 15.72에 달했고, 몸에 맞는 볼도 6개, 폭투도 18개를 던졌다.

 

 컨트롤에 악영향을 미친 건 부상만이 아니었다. 파인트의 드래프트 당시 신장은 6-4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키는 계속해서 성장했고 나중에는 6-7까지 자라게 된다. 당연히 투구 밸런스에 악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 또한 육체적인 부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에도 시달려야 했다. 입스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고 로키스 구단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마지막 도전과 은퇴

 

 2020시즌 마이너리그가 코로나로 취소되어 1년을 날린 파인트는 재기를 노려보고자 했다. 지난 시즌 Comeback Player of the Year를 수상한 대니얼 바드에게 멘탈 관리에 대한 조언을 받았고, 겨우내 아버지와 훈련하면서 딜리버리를 고쳐나갔다. 패스트볼도 97-100마일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필자도 '마지막으로 속아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이A 스포케인 인디언스로 보내진 파인트는, 이번 시즌 10경기 모두 불펜으로 등판하여 10.2이닝을 던지며 ERA 3.38을 기록했다. 일견 보면 괜찮은 성적이지만, 삼진 17개를 잡는 동안 볼넷 10개, 폭투 3개, 홈런 3개를 내주는 등 여전히 세부 성적은 좋지 못했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성적이였지만, 파인트는 만족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로키스 팜 디렉터인 잭 윌슨이 오늘 공식 보도자료에서 한 발언을 보면, 여전히 멘탈이 불안정한 상황인걸로 보이는데, 본인에게도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로키스에게 남은 건?

 

 2015년 1라운드 지명자인 마이크 니코락도 올해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로써 로키스는 한 시즌에 1라운더 2명을 '은퇴'라는 사유로 잃는 기상천외한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다. 물론 운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부상을 구단의 책임이라고 돌리는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팀의 육성 시스템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로키스가 1라운드에서 지명한 18명의 선수 중 유의미한 활약을 보여준 건 트레버 스토리, 존 그레이, 카일 프리랜드 3명이 전부이고, 메이저 무대를 밟아 본 선수도 8명 밖에 되지 않는다. 로키스 유망주 중 하이프가 제일 높았던 브렌던 로저스는 3년차인데도 잠재력이 터지지 않고 있고, 데이비드 달이나 타일러 앤더슨, 카일 파커는 로키스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였다. 1라운더도 이정도인데 하위 라운더 픽은 어떠하겠는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파인트의 은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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