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한 CJ 크론, 재계약을 성취해내다

IN-N-OUT 2021. 10. 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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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이 앞으로 있을 스토브리그를 준비하고 있을 때 로키스는 생각보다 빠른 무브를 단행했다. FA로 풀려날 것이 유력했던 1루수 CJ 크론을 2y/14.5m에 잡은 것이다. 이번 시즌 크론의 활약은 로키스에게 일어난 몇 안되는 행운 중 하나였다. 보장 계약도 받지 못했고, 스프링 캠프 때는 그렉 버드, 코너 조와 경쟁하면서 겨우 주전 자리를 따냈던 선수가 시즌에 들어서더니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28)을 때려내고, wRC+ 127/fWAR 2.3이라는 커리어 하이 활약을 보여주었다. 로키스는 크론의 퍼포먼스 덕분에 1루수와의 기나긴 악연을 드디어 끊는데 성공하였다. 이번 시즌 크론보다 높은 fWAR를 기록한 선수를 찾으려면 2009시즌의 토드 헬튼(2.6)까지 찾아가야 할 정도로, 그 동안 좋은 1루수가 없었던 팀이 바로 로키스다. 

 

 크론의 이번 시즌 스탯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볼넷 비율의 증가이다. 커리어 내내 5-6%의 BB%만을 기록하던 선수가 이번 시즌에는 BB% 11%를 기록했고, 리그 전체로 봐도 상위 20% 정도에 해당하는 준수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에도 BB% 17.3%라는 높은 수치를 보여주긴 했지만, 13경기 52타석이라는 아주 적은 샘플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투수들이 갑자기 크론에게 볼을 많이 던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투수들은 컨택이 좋지 않은 크론에게 그동안 많은 유인구를 던져왔고 Out Zone%가 54.1%였던 이번 시즌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Whiff%가 크게 개선된 것도 아니다. 이번 시즌 크론의 27.4 Whiff%는 자신의 커리어 평균 기록(26%)보다 높은 수치이고 브레이킹 볼이나, 오프스피드 피치에는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론은 몸쪽 공보다 바깥쪽 공 대처에 어려움을 보이는 선수이고, 그 중에서도 낮은 공을 힘들어한다. 투수들은 카운트를 잡아내거나, 삼진을 유도하기 위해 그 구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이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좌측 사진은 2016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4시즌 동안 투수들이 던진 공의 분포이고, 우측 사진은 같은 기간 동안의 삼진율을 존의 분포로 나타낸 것이다. 그동안 이러한 공략법은 충분히 성공적이였고, 크론은 바깥쪽 공에서 약하다는 꼬리표를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크론은 드디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고, 더 이상 바깥쪽 공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바깥쪽 공 상대로 확연한 발전을 이뤄낸 크론

 

2016 wOBA .326

2017 wOBA .226

2018 wOBA .255

2019 wOBA .241

2021 wOBA .356

 

 이번시즌도 기본적인 흐름은 비슷했다. 위 사진은 이번 시즌 크론을 상대로 던진 투수들의 투구 분포도인데, 역시 바깥쪽 아래에 탄착군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론은 여전히 바깥쪽 아래 공을 힘들어했다. Whiff% 55.9%라는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에서 크론의 고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들과 다를 바 없는 높은 Whiff%였다.

 

 그러나 크론이 내놓은 해결책은 간단했다. 존 밖으로 나가는 공에는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욕심을 내서 칠 생각을 버리기만 한다면, 저 구역에 제구되는 공은 99% 볼일 수 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볼 갯수가 늘어나니 볼넷 비율도 증가할 것이고, 스윙을 하지 않으니 헛스윙을 하는 갯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번 시즌 바깥쪽 아래 구역(Gameday Zone 14)으로 제구된 공 중 크론은 27.6%의 공에만 스윙을 가져갔다. 지난 4시즌 간의 Swing%는 31.3%였으니 꽤 크게 줄은 셈이다. 당연히 Ball%도 증가했다. (42.1 -> 44.8) 

 

 

 위 사진은 2021시즌의 존 별 K%이다. 앞서 봤던 지난 시즌들의 기록과 비교해보자. 존 바깥으로 오는 낮은 공에 대한 삼진 비율이 42.8%에서 34.4%로, 무려 8.4%나 줄었다. 투수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구역에서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전체적인 K%, BB%의 비율에도 개선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바깥쪽 공으로 오는 공에 삼진을 적게 당한다는 사실은 부차적인 효과도 가져다주었다. 바로 바깥쪽 공에 대한 타구 퀄리티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이다. 크론은 그동안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 상황에서는 훌륭한 타격 생산성을 자랑해왔지만, 당겨친 타구나 가운데로 향하는 타구의 퀄리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크론의 바깥쪽 타구 (2016-2019)

Pull: AB .310/ SLG .465/ wOBA .327/ EV 87.6 (29.9%)

Straight: AB .252/ SLG .357/ wOBA .255/ EV 89.5 (43.6%)

Opposite: AB .417/ SLG .729/ wOBA .469/ EV 89.3 (26.5%)

 

 이번 시즌 크론은 지난 시즌들보다 많은 타구들을 밀어치고 있다. 물론 증가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긴 하지만 말이다. (26.5 -> 2021: 28.4%) 그리고 타구의 퀄리티는 놀라운 수준이다. 타율은 무려 .524이였으며, 장타율은 1.286이라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밀어쳐서 넘긴 홈런이 무려 11개나 되는데, 이 홈런들은 대부분 바깥쪽으로 오는 공들을 공략해서 쳤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 

 

 로키스는 크론의 계약과 함께 센차텔라의 연장계약도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센차텔라의 계약에는 높은 평가를 주기 힘들다. 예전 글에 썼던 문제점(https://spoflix.tistory.com/105?category=845568)도 그렇고, FA까지 아직 3년이나 남은 선수를 AAV 10m의 장기계약으로 잡아야 되냐는 회의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론은 다르다. 이번 시즌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보여주었기도 하고, 무엇보다 로키스 팜에 크론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 나름 팀내 탑 유망주라는 마이클 토글리아는 발전의 속도가 더디고, 엘후리스 몬테로가 이번 시즌 마이너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긴 하지만 아직 완벽한 증명을 해낸 것은 아니다. 크론은 스탑갭으로써의 역할을 해주기에는 충분한 선수이고, 또 여차하면 트레이드라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빌 슈미트답지 않은 괜찮은 무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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