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센차텔라의 '브레이크 아웃'을 믿을 수 있을까?

IN-N-OUT 2021. 8. 2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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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로키스의 에이스가 누구냐?'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헤르만 마르케즈의 이름을 댈 것이다. 하지만 '마르케즈 다음의 2선발은 누구냐?'라는 질문에는 답이 갈릴 수가 있다. 누군가는 이적 첫 시즌이지만 쿠어스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오스틴 곰버를, 누군가는 과거의 에이스였던 존 그레이, 아니면 최근 페이스가 괜찮은 카일 프리랜드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팬그래프가 내놓은 답은 조금 다르다. 로키스의 선발 투수 중 fWAR가 두 번째로 높은 선수는 바로 안토니오 센차텔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의 센차텔라는 'FIP형 투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삼진 갯수는 매우 부족하지만, BB/9 1.98의 볼넷 억제력, 쿠어스 필드라는 극악의 환경에서 뛰면서도 HR/9이 겨우 0.69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히 FIP(3.64)도 좋게 나올 수 밖에 없고, FIP 기반으로 산정하는 fWAR 수치도 훌륭할 수 밖에 없다. 

 

 2019시즌 당시 ERA 6.71, fWAR 0.7이라는 최악의 피칭을 하던 선수가 지난 시즌부터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데에는 투구 접근법의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2019시즌은 센차텔라의 포심 패스트볼이 일종의 '사형 선고'를 받은 시즌이였다. 93.7마일의 평균 속도는 메이저 레벨에서도 경쟁력이 있었지만, RPM 2100 초반대의 최하위권 회전수, 80% 초반에 지나지 않는 회전 효율(Active Spin%)은 이러한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공의 무브먼트가 좋을 리가 없었는데, 19시즌 센차텔라의 포심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는 리그 평균보다 무려 4.5인치가 낮았다. 당연히 타자들이 공략하긴 쉬운 공일 수 밖에 없었다. 더 문제였던 건 센차텔라는 포심 패스트볼을 60% 이상 구사할 정도로 포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이 가장 치기 쉬우니 성적도 당연히 폭락할 수 밖에 없다.

 

 2019시즌의 세부 성적을 들여다보면 센차텔라가 겪었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BB%는 9.8%로 리그 평균보다 높은 수치였지만 K%는 13.1%에 그쳤고, 하위 1%에 해당되는 아주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Exit Velocity(90.1마일), Hard Hit%(44%)도 처참했고 당연히 피장타율도 폭등했다. 정리하자면, 2019 시즌의 센차텔라는 제구도 안 좋은데 구위는 리그 최하위권의 선수였던 수준 이하의 선발투수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피칭 레퍼토리의 변화가 생긴다. 일단 지나칠 정도로 높았던 패스트볼 의존도를 살짝 낮추고, 센차텔라가 구사하는 공 중에서 그나마 무브먼트가 가장 좋은 슬라이더의 비중을 약간 높인다. 하지만 더 중대한 변화는 센차텔라가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9시즌에는 존 공략에 상당히 소극적이였지만, 2020시즌부터는 존으로 가는 투구의 비중을 늘렸고 이번 시즌에는 절반 이상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 넣고 있다. 볼을 적게 던지기 시작하니 당연히 볼넷 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난 시즌 센차텔라의 BB%는 5.9%였고, 이번 시즌에는 단 5.1%에 불과하다. 평균 이하의 제구력을 보여주던 선수가 2년 만에 리그에서 볼넷을 가장 적게 허용하는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다만 공의 구위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K%는 큰 변화가 없었고, 그 결과 센차텔라는 리그에서 인플레이 타구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선수가 되었다. 이번 시즌 센차텔라의 InPlay%(전체 타석 - (K% + BB%))는 100이닝 이상을 투구한 88명의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된다. 즉, '볼넷을 내주느니 차라리 안타를 맞겠다'라는 신념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센차텔라이다. 

 

<2021시즌 InPlay% 순위>

 

1. 안토니오 센차텔라(COL) - 78.9%

2. 콜 어빈(OAK) - 78.8%

3. 잭 플레삭(CLE) - 78.7%

4. 크리스 플렉센(SEA) - 78.6%

5. 댈러스 카이클(CWS) - 78.1%

 

 이번 시즌의 퍼포먼스가 2-3선발로는 충분하긴 하나, 이런 퍼포먼스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사실 세부 성적을 들여다보면 낙관적인 전망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예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첫 번째 문제는 장타 억제력이다. 앞서 글에서 HR/9 0.69라는 수치를 언급했었는데, 과연 이러한 기록이 순전한 실력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스탯캐스트에서 제공하는 'Expected Home Runs'는 타구의 속도와 각도를 계산하여 타구가 홈런이 될 가능성을 계산하고, 이를 xHR이라는 수치로 제공한다. 이번 시즌 센차텔라의 xHR은 14.1에 달한다. 모든 경기장에서 넘어가는 타구(No Doubters)는 6개를 허용했고, 최소 8개의 경기장에서 넘어가는 타구(Mostly Gone)도 10개나 맞았다. 하지만 센차텔라가 이번 시즌 허용한 홈런의 개수는 9개에 불과하다. xHR과 실제 홈런 수의 차이가 무려 5개나 되는 셈이다. 올해 홈런을 하나라도 허용한 투수 744명 중 HR-xHR이 센차텔라보다 낮은 투수는 단 4명밖에 없다.

 

 지난 시즌에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던 Hard Hit%와 Exit Velocity도 다시금 상승했다. 이번 시즌의 Hard Hit% 43.6%, Exit Velocity 90.5마일은 2019시즌 기록보다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구위의 부족함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고, 타자들도 바뀐 센차텔라의 모습에 적응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볼넷 개수의 허상'이다. 존에 공을 집어넣는 능력인 '컨트롤'과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능력인 '커맨드'는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영역이다. 지금까지의 센차텔라는 컨트롤은 준수하지만 커맨드 능력은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다.

 

 

 센차텔라의 제구력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존에 대한 용어부터 확실히 정립하고 가자. 스탯캐스트에서 제공하는 존은 크게 Heart, Shadow, Chase, Waste로 나뉘는데 이번 글에서 언급할 구역은 Heart와 Shadow이다. Heart 지역은 거의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는 구역이다. 타자들이 스윙을 하지 않는다면 스트라이크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타자들이 공략해서 정타를 만들기도 쉽다. Shadow 지역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선언 비율이 반반인 구역이다. 스트라이크를 받을 확률은 Heart 구역보다 떨어지지만 대신 장타의 위험도 줄어든다.

 

<Heart vs Shadow>

Heart: 구사율 - 25.5%/ Strike Rate: 99%/ xWOBA .383/ Exit Velocity 92.2mph

Shadow: 구사율 - 41.4%/ Strike Rate: 47%/ xWOBA .290/ Exit Velocity 86.3mph

 

 센차텔라처럼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에게는, Shadow 존으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카운트 싸움에서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장타 억제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차텔라의 투구 패턴은 그러한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시즌 센차텔라의 Heart 존 투구 비율은 29.8%에 달하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Shadow 존 투구 비율도 42.7%로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상위 33%에 해당하는, 그렇게 대단한 수치라고는 할 수 없다. 즉, 현재의 센차텔라는 볼넷을 피하기 위해 무리할 정도로 공을 중앙으로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도 확연히 차이난다. Heart 존에 들어간 센차텔라의 공은 이번 시즌 xWOBA .374를 기록하고 있지만, Shadow 존에서는 xWOBA 0.245에 불과하다. Shadow 존에 공을 더 많이 넣는다면 전체적인 성적도 좋아질 여지가 크지만,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는 커리어 내내 42%대에 머물고 있는 Shadow 존 투구 비율을 고려하면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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