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lorado Rockies

'모 아니면 도', 샘 힐리어드

IN-N-OUT 2021. 8. 1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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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힐리어드는 '특급 유망주'라는 칭호는 받지 못했지만, 로키스 구단에서는 괜찮은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지명 순위는 낮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2019시즌 막판에 콜업되어 보여주었던 장타력(27경기 동안 장타율이 무려 .649)은 프런트와 버드 블랙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 결과로 지난 시즌 개막전에는 무려 선발 좌익수로 출전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힐리어드는 극심한 부진을 겪게 된다. 장타력은 여전히 괜찮았지만 .210의 낮은 타율, BB/K 0.21이라는 끔찍한 선구안은 이러한 장점을 가렸고, 2020시즌 막판에는 주전으로 출장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마이너 옵션도 남아있던 힐리어드였기 때문에, 보통의 팀이었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이번시즌을 시작했을 테지만, 뎁스가 얇았었던 (물론 지금도 여전히 얇다) 로키스에서는 오프닝 로스터에 그의 이름이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반기 힐리어드의 슬래시 라인은 108/154/324였고, 이런 끔찍한 타격 성적을 기록한 뒤 곧바로 앨버커키행 버스를 타게 된다. 필자는 그 이후로 힐리어드를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로키스의 빈약한 뎁스는 힐리어드를 다시 한 번 살려준다. 주전 중견수로 뛰던 요나단 다자가 코로나 프로토콜로 인해 IL로 가면서 생긴 빈 자리를 힐리어드가 채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 힐리어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타났다. 후반기 타격 성적은 281/352/625, OPS 977로 상당히 훌륭하고, 구간을 8월으로 한정한다면 OPS가 무려 1.233이다. 이 주의 선수는 동료인 CJ 크론이 가져가긴 했지만 힐리어드가 받았어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힐리어드의 홈런 행진은 놀랍지 않다. 파워 자체만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힐리어드와 대적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X축 그래프는 Barrel%, Y축 그래프는 xSLG를 나타낸다. 힐리어드는 이번 시즌 보여준 62번의 타격 기회에서 무려 11개를 배럴 타구로 만들어냈다. Barrel%가 무려 17.7%인데, 이번시즌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408명 중 17위라는 높은 순위에 위치해 있다. 힘으로는 누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애런 저지(17.7%), 조이 갈로(17.6%)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xSLG도 .499로 5할에 육박하는 좋은 수치이다. HR/FB%, ISO 같은 장타 관련 스탯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힐리어드의 또 다른 장점은 빠른 발이다. Sprint Speed가 초당 8.8m에 달할 정도로 뛰어난 속도를 가지고 있는데, 개럿 햄슨을 제외하면 로키스 내에서 힐리어드보다 빠른 선수는 없다. 빠른 선수가 많은 중견수 포지션에서도 경쟁력 있는 스피드이고, 리그 전체로 봐도 상위 6% 안에 드는 준족이다. 그래서 힐리어드를 보면 슈미트가 사랑하는 '툴 가이'가 저런 타입의 선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왜 이런 툴을 가지고도 힐리어드가 팀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주전 경쟁을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예전에는 '타피아나 다자 같이 실링이 낮은 유형을 쓸 바에야 포텐셜은 확실한 힐리어드를 쓰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힐리어드는 너무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처참한 컨택 능력이다. 

 

 힐리어드의 포심 패스트볼 관련 수치를 보면 이런 점이 확실히 보일 것이다. 보통 포심 패스트볼의 Whiff%는 브레이킹볼이나 오프스피드 피치에 비해서는 확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데이터로도 증명이 되는 사실이다. 이번 시즌 포심 패스트볼 Whiff%의 리그 평균은 22.4%인데, 체인지업(32.4%), 커브(33.6%), 슬라이더(35.6%)와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치이다. 공의 무브먼트도 가장 적고, 던지는 목적 자체도 스윙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카운트를 잡으려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시즌 힐리어드의 포심 패스트볼 Whiff%가 50%에 달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리그 평균보다 두 배가 높고, 힐리어드보다 Whiff%가 높은 선수는 피츠버그의 마이클 채비스(56.1%), 밀워키의 케스턴 히우라(52.2%) 두 명 밖에 없다. 물론 이번 시즌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긴 하지만, 2019시즌(32.7%), 2020시즌(36.2%)에도 이러한 경향은 존재했었다. 브레이킹 볼이나 오프스피드 피치에도 Whiff%가 높은 모습이고, 이를 종합한 이번 시즌 힐리어드의 Whiff%는 무려 42.0%에 달한다. 당연히 리그에서 최하위권에 위치한다.

 

 Zone Contact%에서도 컨택 능력의 부족은 여실히 드러난다. 메이저리그의 아번 시즌 평균 Zone Contact%는 82%이지만, 이번 시즌 힐리어드의 Zone Contact%는 59%에 불과하다. 공이 존 안에 들어와도, 10번 중 4번은 놓친다는 것이다.

 

  좌측이 이번 시즌 리그 평균 Whiff%이고 우측이 샘 힐리어드의 Whiff%이다. 존 안 대부분의 구역에서 평균적인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25% 이하의 Whiff%를 보여주는 반면 힐리어드는 40% 이상의 Whiff%를 보이는 구역이 상당히 많으며 Meatball로 분류되는 존의 정가운데 지점에서도 높은 Whiff%를 보여준다.

 

 삼진을 많이 당하긴 해도, 볼넷을 골라나갈 수 있는 선구안이 있으면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 커버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힐리어드에게 그런 능력은 없어보인다. 마이너리그에서도 볼넷보다 삼진이 세 배 이상 많은 선수였고, 메이저리그에서 이러한 간격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사실 BB%가 리그 평균 정도는 되지만, 이번 시즌 35.5%, 커리어 33.3%의 K%는 너무나 심각하다.

 

 물론 컨택 능력도 개선이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베이스가 있는 선수 얘기지, 힐리어드 정도의 수치면 차라리 야구를 다시 배우는 것이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모습이면 백업 외야수가 최대치일텐데, 최근 잘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분발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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